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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용의 목요담론] 지붕을 고치는 맘으로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8.17. 00:00:00
[한라일보] 아주 어릴 때 기억인데 가을이 저물고 아직 겨울이 찾아오지 않은 늦가을의 하루였던 것 같다. 아버지와 동네 어른들은 지붕 위에서 작업을 하고 계셨고 마당에서는 볏짚을 엮어서 비·바람과 햇볕을 많이 받아 썩고 색이 검게 변한 볏짚을 걷어내고 지붕을 새로 이어주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그 뒤로 새마을운동이 일어나면서 지붕의 재료도 교체됐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50여 년 전의 일인 것 같고 볏짚 지붕은 점차 슬레이트와 콘크리트 지붕으로 자연스럽게 대체됐다. 슬레이트는 단독주택이나 시골의 지붕으로 사용됐고 도시에는 슬레이트를 비롯해 콘크리트 평지붕들이 보급됐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1973년 대한주택공사가 반포주공아파트를 대단지로 공급하면서 아파트가 주거지로서 일반화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아파트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 공급되는 건물들은 건축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30층 이상의 고층 건축물들이 주거용으로 많이 지어지고 있다. 고층건축물은 건축 재료의 발달과 도시 내 유효한 토지 부족, 경직성 등의 해결방안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지붕을 비롯한 건축 재료의 발달이 현재와 같은 고층 건물, 고밀 수직형 도시를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고밀 수직형 도시와 저밀 수평형 도시의 장단점을 간단히 논해보고자 한다.

고밀 수직으로 도시의 중심공간을 계획 및 관리하는 방법과 저밀 수평으로 도시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 고밀 수직은 상업지역이나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 개발의 수요가 아주 많은 경우에 적합하며 저밀 수평은 인구밀도가 낮고 개발의 수요가 높지 않거나 지형적으로나 도시경관 관리상 스카이라인 등이 급격하게 변화되는 것이 적합하지 못한 지역에 어울리는 방식이다. 물론 어느 하나의 방식을 한 지역에 모두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주지역에서도 50년 전의 도시의 형성 이후로 재건축에 대한 수요와 기존의 고도지구의 조정에 대한 요구들이 많고 관련 토론회나 세미나 등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제주는 앞으로 고밀 수직형, 저밀 수평형 공간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15분 도시 제주 기본구상 및 시범지구 기본계획'에서도 생활권에 대한 분석과 도민들의 생활 편의, 사람 중심의 도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중간보고 내용을 보고 확인했다.

우리 제주는 도시와 농촌이 통합된 도시로써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옛날 지붕을 교체하는 상황을 되새겨보고 현재 제주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도록 하자. 50년, 100년 뒤에도 지속가능한 제주. 후세대에게 부담을 덜어줄 대안을 모색하고 추진한다면 좋겠다.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후손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므로 사람과 자연환경 모두를 고려해 부담을 줄여주도록 하자.<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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