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목축문화 유산 관련 시설 광범위하게 집적돼 있어 '눈길' 계단식 밭은 고단했던 생활 방증 석축 구조물 '피우가' 상태 양호 소중한 유산으로 보전해 나가야 [한라일보] 서귀포시 서홍동 산2, 3번지 일대. 취재팀은 이 일대에서 4차례에 걸쳐 화전민들의 자취를 추적했다. 공간적으로 볼 때 산록도로에서부터 연자골 추억의 숲길, 치유의 숲길, 한라산둘레길 사이에 위치한 해발 500~600m 지점이다. 이 곳에서는 계단식 화전이 넓은 면적에 걸쳐 있는데다, 목축문화와 관련된 석축 구조물이 확인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자골 경사면에 조성된 대규모 계단식 화전. 능선 정상부까지 이어진다. 특별취재팀 경사면을 따라 돌을 운반하고 쌓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많은 노동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만한 규모의 담을 어떻게 쌓을 수 있었는지 상상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예전부터 제주에서는 "집치레는 하지 말고 밭치레를 하라"고 했다. 그만큼 척박한 땅에서 농사 짓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밭을 가꾸고, 지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토지의 생산능력은 곧 삶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화전 마을 사람들에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좁은 땅덩이라도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이곳 계단식 밭이 이를 잘 보여준다. 소나 말을 가둬 관리하기 위한 시설인 피우가. 이곳서 서쪽으로는 숲속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 계단식으로 돌담을 쌓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화전 경작을 했던 하천변에서는 물웅덩이들이 산재해 있어 물을 얻기에도 어렵지 않은 여건이다. 이처럼 산록도로에서부터 추억의 숲길, 치유의 숲길, 한라산둘레길 사이는 공간 전체가 화전과 목축, 사냥을 했던 화전 마을 사람들의 생활터전이다. 광범위한 면적에서 흔적이 확인된다. 1899년 작성된 '제주군읍지 제주지도'에 '화전동'으로 표기한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조선시대 국마장인 10소장 가운데 8소장에 해당한다. 서홍동 공동목장 지경이기도 하다. 피우가 내부에 있는 석축시설. 서홍동 출신인 강 모씨는 자신의 부친이 마을공동목장을 관리했으며, 3년 정도 '케파장'을 맡았다고 했다. 케파장이란 목감(牧監)을 말한다. 당시 공동목장에서는 방목 시 목감을 두고 소나 말을 관리하게 하였다. 목감에게는 우마의 두수에 따라 보리쌀 등으로 그 삯을 지급하였다. 화전민들은 보통 테우리를 겸했다. 추억의 숲길 변에 있는 말방애. 테우리들은 음력 3월 청명에 우마를 공동목장에 올린 다음 음력 9월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 이후 하늬바람이 불어 목장에 풀이 마를 때까지 우마를 관리했다. 공동목장으로 올라가 우마의 방목상태를 살피고, 목장 내에 만들어진 '테우리 막'에 일시 거주하기도 하였다. 자신의 부친은 여름철 상산(上山)에 소를 올리기도 했다. 제주 지역에서는 해발 1400m 이상 고산지대에서 방목이 이뤄졌으며, 이를 '상산방목' 즉, '상산에 올린다'라고 했다. 주로 여름철에 이뤄졌다. 상산은 한라산 고산지대(해발 1400~1950m)로 고도가 높아 여름철 기온이 낮고 바람이 많아 진드기 피해가 적은 곳이다. 화전민들은 큰 두레왓 등 상산으로 소를 올려 방목했다. 화전민들은 사냥도 했고, 한라산 상부 지역 하천 절벽에서 약초(엉겅퀴 등)를 채취해서 팔아 생활에 보태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사냥꾼을 '사농바치', '산쟁이', '산포수'라고 불렀다. '사농바치'들은 단백질 섭취와 털가죽을 얻기 위해 틈틈이 사냥했으며, 산속의 지리, 날씨 변화, 산짐승의 서식지와 속성 등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일대는 제주의 화전 생활상과 목축문화 유산이 넓은 면적에 걸쳐 집적돼 있는 공간이다. 진관훈 박사는 "이 일대에서 화전 농업과 목축문화 유산이 연이어 있거나 혼재해 있는 이유는 화전민들은 기본적으로 농사와 목축을 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자골 일대 화전 마을은 제주4·3사건 당시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사람들이 아랫마을로 내려오면서 잊혀졌다. 비록 사람들은 떠나고 마을은 흔적만 남았지만 계단식 화전밭과 목축 관련 시설들은 소중히 보전해 나가야 할 생활문화 유산들이다. 특별취재팀=이윤형 편집국장·백금탁 제2사회부장 자문=진관훈 박사·오승목 영상전문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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