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진행된 '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5차 행사는 서귀포시 동홍동의 솔오름을 오르면서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한라산둘레길 동백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양영태 작가 미악 정상서 지척의 한라산 실감 동홍천 영천 맞물린 동백길 지나 아주 작은 도둑놈의갈고리 꽃도 [한라일보] 장마철 비가 개인 숲속은 상쾌함과 더불어 축축함도 같이한다. 바람이 숨을 죽인 숲 안에서는 습기도 더불어 움직임이 없다. 지나는 사람들의 어깨와 손등에 머물다 미끄러져 멀어져 갈 따름이다. 그 자리는 다른 친구들이 자리한다. 그렇게 내 몸은 축축함이 쌓여 가지만 부지런히 걷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보며 깊은 숨을 내뱉는다. 순간 축축함은 사라지고 촉촉함이 다가온다. 누리장나무가 나팔을 길게 빼고 노래를 부른다. 비로소 나는 숲과 친구가 된다. 말이 없어도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숲을 걷는 투어는, 내일의 힘찬 시작을 응원하는 또 다른 친구이다. 솔오름 정상을 향하는 길은 삼나무숲이 있고 키 작은 나무들 사이로 풀밭이 간간이 보이는 비교적 평탄한 지역을 통과한다. 편백 조림지를 넘으면 비로소 오름 정상을 향하는 서쪽 입구에 닿는다. 편백과 삼나무 우거진 길을 따라 쉬엄쉬엄 오르면 서쪽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서는 서귀포 시가지와 드넓은 바다에 떠 있는 범섬, 문섬, 섶섬 등의 풍광이 눈에 들어오고, 동쪽 정상에서는 한라산이 지척이다. 무당버섯 개망초 쥐꼬리망초 솔오름을 내려 숲길로 들어선다. 종자가 달린 산수국이 장식화를 뒤집어 놓고 익어간다. 산수국은 꽃이 필 때는 커다란 장식화가 곤충을 유혹하다가, 수정을 마치면 시선을 외면하고 뒤돌아서 있는다. 숲길은 작은 하천을 따라 계속 이어지다 전신주 관리를 위해 만들어 놓은 길을 지나면 추억의 숲길과 만난다. 추억의 숲길은 옛 화전마을을 오가던 길을 보존한 길이다. 그 길은 다시 치유의 숲길과 하나가 되고, 그렇게 시오름 언저리에 닿으면 다시 동백길과 연결된다. 모시풀 가시엉겅퀴 애기도둑놈의갈고리 왜젓가락나물 천일담배풀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