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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의 문화광장] 도시 별자리(Urban Constellations)가 된 선인들의 삶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8.22. 00:00:00
[한라일보] 최근 서귀포시의 근대건축자산을 발굴하고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연구용역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도시재생 수법으로서 지역의 건축자산을 이용한 방식은 이미 유효한 수단으로 도입돼왔지만, 건축자산의 물리적인 개선과 새롭게 주입되는 프로그램으로는 지속가능성의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 이는 건축자산을 해석하는 철학적 태도의 전환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즉 기존의 방식이 자산의 원형성이나 예술성 등 건축적 가치에 치중했다면, 건축을 태생시키고 거주해 왔던 사람들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더욱 주요한 요소로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귀포시는 원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미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은 중앙동이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으로 지정됐고, 이어서 천지동이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 지역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원도심의 원도심이라 할 수 있는 송산동 지역도 지역주민 주도의 아카이브 사업 등 거점지역의 구심성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이 활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산동·중앙동·천지동의 세 거점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도시 활성화 전략이 뚜렷하지 않다. 이에 새로운 전략으로서 세 거점지역의 교차 경계부에 위치한 건축자산을 다층적으로 네트워킹한 비정형의 영역, '타임 체인'을 제안했다. 서귀포 근대를 살았던 선인들의 서사에 의해 건축자산은 역사적 맥락을 회복하고 생명성을 획득해 도시의 장소로서 작동된다. 이때 선인들의 삶은 그 장소를 비추는 하나의 별이 되고, 네트워킹된 장소는 도시 별자리를 이루어 도시 공간구조를 조직화하는 타임 체인의 기능을 강화하게 된다.

이러한 건축자산의 사례로서 이중섭 거리 북쪽 입구에 위치한 '강 의원 건물'과 서귀동의 '고영우 화백 건물'을 들 수 있다. 1971년 준공된 고 화백의 건물은 조부이신 고운호가 1920년대 초에 개설한 상점 자리에, 고 화백의 선친이시며 서귀포 미술계의 1세대이신 고성진 화백이 유영봉(서울 창일사)에게 설계를 의뢰해 지어진 건축이다. 건축적 가치로서도 서귀포의 근대 건축을 대표하지만, 3대에 걸친 예술가 집안의 서사는 건축을 장소화한다. 또한 1970년 준공된 강의원 빌딩은 건축가를 밝혀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주거와 의료시설이 복합된 도시건축으로서 근대성을 읽을 수 있는 건축적 가치가 확연하다. 또한 근대 서귀포 의료의 주축이었던 강세철 원장이 삶에 더해 한국전쟁 당시 주민들의 민생을 지키기 위한 강골의 태도로 말미암아 예비검속으로 희생되신 선친 강성모 전 서귀포 면장에 얽힌 비애의 역사는 장소를 이동해 고 화백 댁의 이웃이며 강 원장의 본터인 서귀동 585번지로 연결된다.

이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지금의 서귀포를 이루는데 밑거름이 된 선인들의 삶은 건축자산을 매개체로 장소화되고, 이들의 연결은 도시 별자리(Urban Constellations)가 돼 서귀포의 원도심을 비춘다.<양건 건축학박사·가우건축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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