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작년 이맘 때 카페 자영업을 하시는 50대 여성이 내원하셨다. 두 달 전 어느 날, 왼쪽 발목과 종아리가 붓는 느낌이 있고 평소에 잘 신고 다니던 신발이 꽉 끼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별다른 통증도 없어서 그냥 지내셨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도 좀 풀리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 조금 호전이 되어 곧 저절로 좋아질 거라 기대했지만, 잠 자던 도중 극심한 다리경련(쥐남)이 생기면서 병원을 방문하시게 됐다. 필자는 환자의 상태를 보자마자 메이-터너 증후군에 의한 좌측하지 심부정맥 혈전증임을 의심했고, 실제 초음파에서 양측 하지 전체에 걸쳐 혈전이 쌓여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리뼈와 장골동맥사이에 정맥이 끼이면서 발생하는 이 증후군은 엄청난 양의 혈전을 만들어 정맥순환을 순식간에 악화 시키지만, 낮은 정맥압과 부행지 때문에 다리가 붓는 증상 이외에 통증은 거의 없다. 이럴 때 의료진은 매우 난감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환자 입장에서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가벼운 질병이라 여기고 있는데, 실제 이 병은 초기에는 폐색전증과 같은 무서운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는데다가 설령 초기 위중함을 넘기더라도 혈전증 후 증후군(post-thrombotic syndrome) 때문에 점진적인 정맥순환장애의 악화로 영구적인 다리 부종의 합병증을 만들기 때문이다. 즉, 혈행이 재개돼도 정맥판막의 기능이 망가지면서 정상 순환은 안된다. 그림을 그려 설명을 하고, 가족에게도 그 심각성을 알리지만 많은 환자들은 부정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그 환자분도 서울의 큰 병원을 가시고 싶다 해 보내드렸지만, 그 병원에서도 동일한 설명을 듣게 되니 큰 상심을 안고 다시 오셨다. 나는 그래도 치료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 있다면 한번 해 보자고 용기를 드리고 약물치료와 압박치료를 시작했다. 1년이 지나 얼마 전 내원하셨는데 다행히 예전보다 많이 호전되어 기뻐하셨다. 혈관이나 혈액의 장애로 생기는 혈전증이 다리에 생길 경우 다리가 붓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증상이 거의 없다. 결국 이러한 무증상이 병원 방문 시기를 놓치게 해 합병증으로 몰아가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정맥질환들은 약간의 다리 무거움이나 붓는 느낌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초기에 발견만 된다면 수술이나 시술을 통해서 거의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늦은 발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크다. 그나마 요즘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더 잘 알려지고 있어 다행이다. 한편으로 필자는 가족의 역할을 늘 부탁드린다. 가족 중의 한명이라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면 조기에 진료를 받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여름철 피로와 장시간의 근무로 우리의 다리는 늘 혹사 당한다. 일상생활에서도 붓는 증상은 흔하게 나타나지만, 다리가 붓는 증상을 절대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이길수 수흉부외과 원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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