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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덕의 건강&생활] 육백만 불의 사나이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8.30. 00:00:00
[한라일보] 어릴 적 즐겨 봤던 텔레비전 외화 시리즈 중에 '육백만 불의 사나이'가 있었다.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은 요즘으로 치자면 사이보그다. 불운한 추락 사고를 겪고 왼쪽 눈과 오른팔, 두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비밀스러운 인간 증강 프로젝트를 통해 보통 인간의 육체를 벗어나는 괴력을 갖게 된다는 줄거리다. 개조된 그의 왼쪽 눈은 먼 곳에 있는 대상에 자동으로 초점을 맞추고 최대 20배 줌까지 사물을 확대해 볼 수 있었다. 줌이 작동할 때마다 울리던 "뚜- 뚜-"하는 효과음 소리가 아직 기억난다.

얼마 전 뉴스에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모교인 가톨릭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후배가 액체 렌즈와 거리 측정 센서를 이용해 '스마트 안경'을 개발했다는 거였다. 마치 스티브 오스틴의 사이보그 눈처럼, 거리에 따라 자동으로 도수가 변해 초점을 맞추는 안경이라고 했다. 노안을 가진 이들에게는 가히 육백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 희소식일 게다.

노안을 보완하는 가장 쉽고 기본적인 방법은 돋보기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보는 거리에 따라 돋보기의 도수도 매번 달라져야 한다. 안경을 여러 개 가지고 다니는 부지런한 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번번이 다른 안경을 꺼내 쓰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이 불편을 해결해 보자고 개발된 것이 누진 다초점 렌즈 안경이다. 렌즈의 상중하 부분이 각기 도수가 달라 안경알 위쪽으로는 원거리를, 중간 부분으로는 중거리를, 아래쪽으로는 근거리를 볼 수 있다. 착용자가 본인의 시선이나 안경의 높이를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렌즈의 중간 부분만 사용해 효과를 보지 못하는 분들이 많고 여러 도수가 뒤섞여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분들도 종종 있다. 그 때문인지 누진 다초점 렌즈 안경의 국내 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

대안은 있다. 이른바 노안 수술이라고 불리는 다초점 인공 수정체를 사용한 백내장 수술이나 다초점 소프트렌즈 착용 등이다. 하지만 수술이라는 부담감에 비용 문제도 있고 렌즈 역시 관리에 손이 많이 간다. 아무래도 돋보기만큼 만만하지는 않다. 이도 저도 다 귀찮다고 돋보기마저 없이 살다 보면 가까운 것을 볼 때 눈의 모양체가 수정체를 과도하게 두껍게 만들어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피로가 누적되면, 일시적으로 근거리 초점이 맞지 않거나 눈알이 빠질 것 같은 통증 혹은 눌리는 듯한 통증, 두통 등을 겪게 된다.

노화 역시 넓은 의미에서는 장애와 마찬가지다. 우주인 후보가 될 만큼 건강을 타고났다고 해도 평균적으로 마흔 살 이후부터는 우리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을 몸소 깨달으며 살아가게 된다. 태어난 이상 언젠가는 모두 크고 작은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이 점을 인정한다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스마트 안경 같은 디바이스가 인간의 지력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계기가 되는 한편으로, 우리의 한계를 겸손하게 인정하는 계기도 됐으면 좋겠다.<김연덕 제주성모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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