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동백꽃은 세 번 핀다고 했다. 한 번은 나뭇가지 위에서 또 한 번은 길 위에서 마지막 한 번은 마음속에서. 제주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중의 하나인 동백꽃. 동백꽃이 제주4·3 추모의 매개체가 된 계기가 있다.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 지다'가 1992년 세상에 나오며 4·3사건으로 희생된 이들의 모습이 차가운 땅 위에 떨어진 동백꽃을 연상케 했다. 이에 도에서 4·3사건 70주년인 2018년부터 추모 배지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선입견 때문에 공부 없이 작품을 먼저 대하곤 하는데 '동백꽃 지다'라는 작품을 봤을 때 한겨울 피었다 사라져 가는 동백꽃의 아쉬움을 담아냈다고 생각했다. 강렬했던 작품 '붉은 바다'는 석양에 불타는 제주 들판의 아름다움이라고. 작품 '한라산 자락 사람들'을 볼 땐 농번기에 마을주민 단합을 위해 야유회를 떠났구나. 그런데 왜 한라산으로 야유회를 갔을까 하는 의문이 들며 작품의 스토리를 찾아보았다. 노을로 붉게 물든 들판은 노을이 아니었고, 야유회를 나온 주민들의 얼굴은 너무 어두웠으며, 한 떨기 동백은 너무나 처연했다. 제주에서 기획·제작한 뮤지컬 '동백 꽃 피는 날'이 국립정동극장에서 피어난다. 70년 전의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 아들, 딸들에게 어떤 동백꽃이 피어날까.<조지영 서귀포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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