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진행된 '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6차 행사에 함께한 참가자들이 한라산둘레길인 시험림길을 걷고 있다. 양영태 작가 매미 소리 요란히 반기는 천연숲길 노란 립스틱 바른 버어먼초도 만나 이승악 정상서 바라본 풍광은 일품 [한랑리보] 태풍이 지나간 숲은 잔잔하다. 그 숲을 요란한 매미 소리가 채운다. 두런거리는 사람들의 어수선함에도 매미는 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듯. 계곡을 달려 내려오던 바람이 그 소리에 놀란 듯 걸음을 멈추고 나무에 기대어 잠이 들어버린다. 낙엽으로 푹신한 하천가 숲길은 계곡을 건너고 오름을 돌아 이어진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나무들은 고마운 가림막이 되어 해를 가려주고, 잠이 깬 바람도 어느새 돌아와 친구가 되어준다. 걷는 내내 감사한 마음이 마르지 않는 여름의 숲길 투어는 선물 같은 존재이다. 서성로 변 공터에서 가볍게 몸을 푼 참가자들은 곧바로 신례천생태숲길 속으로 들어섰다. 한라산 동릉 자락의 진달래밭과 사라오름에서 시작된 지류들이 성널오름 서쪽 작은 속밭에서 발원하는 지류 등과 합쳐져 깊은 계곡을 동반한 거대한 하천으로 변하는데, 이 하천이 신례천이다. 신례천은 공천포로 향하는데 좁은 협곡과 깊은 계곡에 난대상록활엽수가 잘 보존된 하천이다. 특히 붉가시나무, 모새나무, 참꽃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다. 5월에 피는 참꽃나무는 꽃색이 적색으로 화려하다. 신례천생태숲길에서는 잣성, 숯가마 등 여러 가지 근대문화유적을 만날 수 있다. 숲길을 가다 상잣성을 지나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여름에 하얀 꽃이 피고 겨울에 빨갛게 익는 겨울딸기 군락을 지나 수악주둔소에 닿는다. 버어먼초 애기담배풀 나도은조롱 하천으로 내려서면 보이는 화생이궤는 화산활동으로 생긴 바위그늘(궤) 안에 제단을 만들어 제를 지내는 곳이다. 제단 가운데에 비석이 세워져 있고 과거에 산신제를 지냈던 곳으로 지금도 제를 지내는 흔적이 있다. 화생이궤를 잠시 둘러본 일행은 다시 숲길을 걷는다. 알꽈리 겨울딸기 큰피막이풀 이승악은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 있는 높이 113m의 오름이다. 동쪽으로 깊게 패어 있는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오름 양쪽으로 작은 계곡을 끼고 있다. 이승이오름, 이슥이오름이라고도 하며 줄여서 '이승이' 또는 '이슥이'라고 부른다. '이승이'나 '이슥이'의 어원은 분명치 않다. 오름 모양이 삵(살쾡이)처럼 생겼다거나 또는 삵이 서식한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정상 전망대에서 한라산 자락과 오름 등의 풍광을 잠시 둘러보고 오름을 내려 시험림길로 접어들었다. 시험림길은 연구를 목적으로 운영 중인 한남시험림 내 삼나무림 등을 지나는 한라산 둘레길이다. 삼나무가 겹겹이 자라는 시험림길을 잠시 지난 뒤 방향을 틀어 남원쓰레기처리장을 향하는 삼나무숲길로 들어섰다. 삼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나도은조롱 하얀 꽃의 인사를 뒤로하며 일행은 걸음을 재촉한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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