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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해남의 월요논단] 악취 퇴비는 토양 병을 부른다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9.04. 00:00:00
[한라일보] 조금 있으면 제주에 겨울 작물 재배가 시작된다. 예전에는 심하지 않았지만 양배추, 브로콜리, 마늘 등에 점차 뿌리혹병, 시들음병, 뿌리썩음병이 심해지고 있다. 그 원인은 악취 퇴비 때문이다.

퇴비에 대해 자세히 알면 알수록 악취 퇴비가 얼마나 문제가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모든 토양 병의 중심에는 악취 퇴비가 있다. 악취 퇴비는 토양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토양을 악화시킨다는 것도 알게 된다.

예전에는 퇴비에 큰 문제가 없었다. 최근에는 토양을 악화시키는 범인으로 바뀌었다. 비료는 크게 두 개로 나눈다. 토양, 뿌리를 좋게 만드는 퇴비, 유기질비료, 미생물비료와 생산량, 품질에 도움이 되는 무기질비료(화학비료)이다.

박정희 정부 때는 무기질비료 지원정책을 추진했다. 식량 증산, 자급자족이 농업정책의 중심이었다. 퇴비는 정부 지원보다는 "퇴비 증산 운동"으로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했다.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면서 정책이 바뀌었다. 점차 토양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흙 살리기 운동"이 시작됐다. 당연히 무기질비료 감소정책으로 정부 지원이 폐지되고 퇴비, 유기질비료 지원정책으로 바뀌었다.

연간 3000억 원이 퇴비에 지원되면서 퇴비 공장이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많을 때는 전국에 1300개가 넘었다. 당연히 소규모 퇴비 공장에서 대충 만든 악취 퇴비들이 농경지에 뿌려졌다.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형 퇴비 공장을 지원해 좋은 퇴비를 생산하도록 독려했다. '광역친환경농업단지'사업이다. 지역농협이 광역친환경단지에 선정되면 자부담 20%, 정부·지자체가 80%를 지원해 60억~80억 원 규모의 대형 퇴비 공장이 세워졌다. 전국에 40여 곳의 대형 퇴비 공장이 만들어졌다. 제주에는 불행하게도 한 곳도 없다.

악취 퇴비는 온갖 병균의 온상이다. 악취는 병균이 있다는 간접 증거다. 젓갈, 간장, 악취 나는 음식을 먹으면 대장균, 살모넬라가 번식해 식중독 위험이 크다. 퇴비도 마찬가지이다.

퇴비는 원료를 조심해야 한다. 도축잔재물, 음식물폐기물이 혼합되면 악취 위험이 크다. 육류인 도축잔재물을 발효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음식물폐기물에는 비닐, 플라스틱, 은박지 등 미세플라스틱이 위험하다.

2012년도에 토양 병을 막기 위해 퇴비에 대장균, 살모넬라가 검출돼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퇴비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악취 퇴비는 병균 퇴비라고 의심해야 한다.

농작물에 퇴비는 발효식품이다. 사람이 썩은 냄새가 나는 발효식품을 먹으면 식중독에 걸리기 쉽다. 육지부 농업인은 악취 퇴비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제주 겨울 작물 농업인도 도축폐기물, 음식물폐기물이 포함된 퇴비는 뿌리혹병, 뿌리썩음병, 시들음병을 일으키고 토양에 독약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현해남 제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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