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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기억' 품은 동네목욕탕 콘서트장 되다
제주시 삼도1동 동명탕서 8일 '힐링 콘서트'
도내 음악단체 자작나무숲이 후원 받아 기획
"동네 오랜 목욕탕 문화공간으로 활용" 시도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23. 09.07. 12:49:27

8일 '힐링 콘서트'가 열리는 제주시 삼도1동 동명목욕탕. 목욕탕은 40년 간 영업을 이어오다 1년 반 전쯤 문을 닫았다. 김지은기자

[한라일보] 멀리에서도 보이는 기다란 굴뚝이 '목욕탕'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동명목욕탕'이라고 적힌 동그랗고 빨간 간판도 그대로 남아 있다. 동네 사람들에겐 여전히 오랜 목욕탕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제주시 삼도1동에 있는 동명목욕탕은 1년 반 전쯤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를 지나오며 영업을 완전히 중단했다. 목욕탕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향수는 짙은 공간이다. 40년 한자리를 지켰던 이곳에는 이따금씩 샴푸, 린스 등을 준비해 찾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지난 40년 간 영업을 해 온 동명목욕탕 내부. 사진=자작나무숲

|'40년 영업' 동네 목욕탕의 변신

지금은 인기척 없는 목욕탕 건물에 현수막이 걸렸다. '동명탕이 달라졌어요!'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은 '8일(금요일) 오후 7시' 힐링 콘서트 초대장이다. 장소는 동명목욕탕 옛 여탕. '동네사람들! 누구나 공연 보러 오세요. 무료입니다'라는 안내도 담겼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사)제주메세나협회, 제주여객이 후원하는 콘서트는 제주여객과 동명탕의 '콜라보'(collaboration)로 성사됐다. 제주도내 비영리 문화예술단체인 자작나무숲이 공연 기획을 맡았다. '동명탕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보면 어떻겠냐'는 자작나무숲의 제안에 동명탕이 화답한 게 시작이 됐다.

"사실 공연에 '동명탕' 이름을 쓰는 게 조심스러웠어요. 그런데 주인아주머니께서 의외로 흔쾌히 재밌어 하셨죠. 본인이 평생을 운영했던 곳이니 자부심이 크셨던 것 같아요. 상당히 오랫동안 목욕탕의 기억이 있는 공간이잖아요. 그랬던 곳이 문화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동네 분들에게 보여주는 시도가 될 것 같아요." (자작나무숲 관계자)

목욕탕 굴뚝과 간판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동명목욕탕. 김지은기자

|목욕탕 내부가 공연장으로

'동명탕'의 이름을 내건 만큼 공연을 위한 무대 장치 등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자작나무숲 측은 "벽면에 암막 정도만 걸어 공연 분위기를 내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영업은 하지 않지만, 여전히 남은 목욕탕 공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취지에 맞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래도 아쉬움은 있다. 공연 장소인 옛 여탕에는 피아노를 들여놓을 수가 없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 역시 상황에 맞추는 쪽을 택했다. 자작나무숲 우상임 예술감독은 "피아노가 있어야 바이올린, 플루트 등을 함께할 수 있는데 장소가 좁아 그러지 못했다"면서 "대신에 작은 악기인 아코디언 연주를 합주와 중주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연 무대에는 우 예술감독이 직접 선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그의 제자도 함께할 예정이다. 30분 정도로 짧은 라이브 공연으로 예고됐지만, 동명탕에 대한 추억이 있는 동네 사람들이 듣고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우 감독은 "음악 공연과 함께 어르신을 위한 그림책을 내레이션, 화면 등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자작나무숲은 이번 공연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길 바란다. 동네의 기억을 품은 공간이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우 감독은 "이번 공연은 제주메세나협회 등을 통한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면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소소하게나마 동명탕에서의 공연을 정기적으로 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동명목욕탕 입구에 붙은 힐링 콘서트 안내 현수막. '동네사람들! 누구나 공연 보러 오세요. 무료입니다'라는 안내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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