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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관리는 그나마 잘 되는데… 실버존은?
3년간 노인 교통사고 사상자 어린이보다 2배 이상
노인보호구역 과속단속장비 18곳 불과 턱없이 부족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3. 09.14. 16:30:51
제주시 영평동 실버존 차도에서 시속 30㎞ 제한을 알리는 표시가 선명하다.

제주시 영평동 실버존 차도에서 시속 30㎞ 제한을 알리는 표시가 선명하다.

[한라일보] 노인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교통사고에 취약하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등은 턱없이 부족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오전 제주시 영평동 노인보호구역(실버존) 차도에는 시속 30㎞ 제한을 알리는 표시가 선명했지만, 차량들은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주변에 위치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도 운전자들은 이곳을 통과하자 금세 속도를 올렸다.

앞서 방문한 제주시 아라1동 실버존도 상황은 비슷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어르신은 빠르게 다가오는 차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방지턱은 기존 도로처럼 평평해 제 역할을 못했다. 어르신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도로위 '노인보호'라는 글씨와 표지판뿐이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사상자는 2020년 68명, 2021년 81명, 2022년 85명이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 사상자는 170명, 172명, 194명으로 어린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해당 기간 어린이 2명이 목숨을 잃을 동안 노인 사망자는 32명에 달했다.

그러나 실버존은 그 수에 비해 안전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제주자치경찰에 의하면 9월 현재 기준 도내 실버존은 130곳이지만, 과속단속장비는 18개에 불과하다. 같은 기준 스쿨존은 122곳이었으며 9곳을 제외한 113곳에서 단속이 이뤄지고 있어 대조적이다.

20대 운전자 A씨는 "처음 운전을 시작할 때는 모든 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를 준수했다"며 "스쿨존은 괜찮지만 실버존에서 제한속도로 달리면 뒤에서 다른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고 무리하게 앞지르기를 해 그 뒤로는 잘 지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치경찰 관계자는 "지역에서 과속단속 카메라 등 안전시설 설치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에 들어간다"면서 "하지만 중앙선이 없거나 간선도로를 포함하는 등 주변 도로 상황 및 통행량 등을 고려할 때 대부분 설치 불가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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