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오름들 드나들기 좋은 나들목 빨갛게 익는 으름난초 곳곳서 만나 꽃 모양이 독특한 누린내풀도 이채 [한라일보] 숲은 조릿대 바다 위에 떠 있다. 나는 그 물결을 가르며 나아간다. 구불구불 오름 자락을 벗어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키를 키운 조릿대가 사각거리는 숲에 들어선다. 숲은 조릿대 바다 위에 하염없이 떠 있다. 숲길을 가로지르면 눈을 감지 않아도 망망대해를 둥실 떠가는 조각배가 된다. 머리 위에서 부서져 내리는 하얀 햇살 가루에 눈이 부시다.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잠시 걸음을 멈춘다. 가로등 불빛 비추는 길모퉁이에 서 있는 듯 아득하다. 스치는 바람에 화들짝 정신을 차린다. 주차장 한편 너른 공터에 모인 참가자들은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푼다. 먼 길을 떠나기 전 몸을 푸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무 위로 올라서서 특이한 털복숭이 꽃을 달고 있는 박주가리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길잡이 박태석 씨는 오늘의 투어가 기대되는 표정이다. "오늘 코스는 한라산 서쪽 기슭의 여러 오름을 드나들 수 있는 나들목이 되는 코스입니다. 제주시 쪽에서 안천이오름, 검은들먹오름, 한대오름, 노로오름을 드나들 수 있고, 서귀포 쪽에서도 돌오름이나 한대오름을 드나들 수 있는 입구가 되는 길입니다. 이번 길은 여러 방향으로 오름을 오를 수 있는 입구와 출구가 될 것입니다." 설명하는 들뜬 목소리가 참가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으름난초 누린내풀 참여로 털사철란 무릇 비늘버섯 털이슬 혹쐐기풀 그때 눈에 들어오는 빨간 식물이 있다. 으름난초의 열매이다. 으름난초는 멸종위기식물로 지정하여 보호할 정도로 드물게 보이는 꽃이다. 다른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여 자라는 난초로 6월에 꽃을 피워 빨갛게 익는 열매가 으름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도와 남해안에 드물게 자란다. 삼나무숲 안에는 털사철란도 하얀 꽃을 피웠다. 잣성따라 난 돌길을 따라 숲을 벗어날쯤 누린내풀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전체에서 누린내가 난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꽃 모양이 독특하게 생겼는데, 수분곤충이 꽃에 앉으면 꽃술이 곤충의 등에 닿아 꽃가루를 붙일 수 있는 모양이다. 가끔 나타나는 작은 개울을 건너고, 불쑥 튀어나온 돌을 피하여 조릿대 길을 걷다 보면 새로 만들어진 넓은 임도를 만난다. 지워지는 발자국을 아쉬워하다 보니 어느덧 도착지에 이른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