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지 577돌이 됐다. 이제는 한국 드라마와 노래, 소위 한류에 힘입어 한글도 국제적으로 인기가 높아져 많은 외국인들이 이를 배우려 한다. 필자는 그간 6개국에서 근무하면서 이 나라들의 언어와 한글을 비교해보면서 한글의 우수성을 확인했다. 한글은 대단하다. 다만, 발음상 일부 한계가 있어 한글을 국제화하려면 이를 극복해야 하는 게 선결과제이다. 우선 다른 나라들과 알파벳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영어, 불어와 포르투갈어 등 유럽어는 거의 다 로마자이고, 말레이시아어, 인도네시아어와 베트남어도 식민지 영향으로 그 알파벳을 로마자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태국어와 크메르어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로마자는 한글처럼 쓰기가 편한 점은 있으나, 소위 의성어와 의태어를 표현함에 있어 한글에 한참 못미치고, ㄲ, ㄸ, ㅃ, ㅆ, ㅉ과 같은 경음을 내는데도 한글만 못하다. 예를 들어, 하하하, 허허허, 호호호, 히히히, 흐흐흐, 헤헤헤 등 웃음소리와 파랗다, 퍼렇다, 푸르다, 푸르뎅뎅하다, 푸르스름하다, 시퍼렇다, 샛파랗다 등 색깔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한글에 필적할 만한 언어는 없다고 본다. 이처럼 한글에는 많은 장점이 있기에 말은 있으나 적절한 글이 없던 인도네이시아 부톤섬의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글자는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는데 그 의미가 있다면 한글이야말로 읽고 쓰는데 있어 그 어느 글자보다도 쉽고 명료해서 경쟁력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발음상 한글의 부족한 점만 해결할 수 있다면 한글의 국제화를 힘차게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필자는 아랍어에서 힌트를 찾고자 한다. 당초 28개의 알파벳으로는 발음 표현상 한계가 있었던 아랍어는 여러 발음을 추가로 도입, 사용하고 있다. 영어상의 v, p 및 g 등의 발음이 없었으나 ف(f)에서 일부 모형을 변형시키거나 점들을 추가하여 ۏ(v)와 ڤ(p)를, ك(k)에서 점을 추가하여 ڬ(g)를 도입했다. 또한 부족한 모음 발음을 위해 보조기호도 수용했다. 당초 알파벳으로는 영어 Pepsi가 Bibsi로 발음할 수밖에 없었으나 P의 도입과 보조기호 사용으로 제대로 된 표기와 발음이 가능하게 됐다. 한글도 이처럼 포용력을 발휘해 새로운 글자들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한글에는 v, f, ð, , r 등의 발음이 없다. 하지만, 한글 창제 당시 및 v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반치음(ㅿ)과 순경음비읍(ㅸ), 오와 아 중간발음인 아래아(ㆍ)가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v, f, ð, 등의 발음을 부활하거나 새로 도입해 사용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ㅂ(b), ㅍ(p), ㄷ(d), ㅅ(s) 및 ㄹ(l) 위에 하나의 점을 추가해 ㅂ(v), ㅍ(f), ㄷ(ð), ㅅ()와 ㄹ(r)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family가 패밀리나 훼밀리가 아닌 밀리, thank you는 탱규나 쌩큐가 아니라 큐, radio는 디오로 표기하고 발음하는 것이다. 이제 국내 관련 학계와 정부는 필자가 제안하는 한글의 국제화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김성은 주브루나이 대사>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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