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식재료를 활용해 아동·청소년 대상 쿠킹 클래스를 열고 있는 제주음식연구가 이윤선 씨. 입시 벽 부딪힌 아이 위해 도시 떠나 위미마을 정착 공동체 깃든 식문화 매료 아동요리 지도 경험 바탕 제철 식재료 활용해 교육 [한라일보] 서울에 살던 이윤선(48)씨가 10년 전 제주행을 택한 건 다름 아닌 아이들 때문이었다. 중학생이 된 큰 아이가 입시 위주 교육의 벽에 부딪히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마주하면서, 아이를 위해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오랜 고민 끝에 도시를 떠나 시부모님이 이미 이주해 정착해 있는 제주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에는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곳을 찾기 위해 혼자 제주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의 마음 속에 자리한 마을은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였다. "마을이 주는 정감있는 느낌이 어릴 적 살던 동네의 느낌과 비슷해 기분이 좋았어요. 여기에 농어촌학교 특성화 교육으로 마을 내 위미중학교에서 제주에서 처음으로 전교생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너무 놀라웠어요.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이 마을에서 아이들이 자라면 모든 면에서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렇게 그는 2013년 8월 위미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제주살이 첫 숙제는 무엇보다 마을의 일원으로 스며들기였다. 낯선 곳에서의 시작이 걱정됐지만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걱정과 달리 그는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마을 속으로 서서히 녹아들었다. "마을에서 가장 먼저 친해진 마을회 사무장 언니가 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줬어요. 처음엔 제가 일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농사일로 바쁜 주민들을 대신해 학교어머니회, 운영위원회 등에서 활동을 하게 됐고, 제주에는 '괸당문화'가 있다고 해 경조사·마을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서인지 마을 사람들과 어려움 없이 지내게 됐어요. 저를 '착한 육지것'이라고 장난스레 부르는 분들도 계세요.(웃음)" 그러던 중 그는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 제주 음식 관련 교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통해 제주의 식문화에 대해 배워갔다. 현재는 센터 소속 서귀포향토음식연구회에서 유일한 이주민이자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제주 음식을 배우고 있는데, 늘 새로움의 연속이라고 했다. 그는 마을에서 '제주일상食탁'이라는 공간도 운영하며 제주음식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인 '아동청소년 비전형성 지원서비스' 바우처 제공기관인 이곳에서는 '요리'라는 놀이를 통해 자기주도력을 향상시키는 아동·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인 '요술차롱'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쿠킹 클래스를 비롯해 전통 놀이, 진로 탐색 등을 통해 지역 아동·청소년들이 다채로운 체험을 하기를 바라는 그의 작은 바람에서 시작됐다. "저희 아이들이 마을에서 받은 좋은 기운을 지역 아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요. 농촌지역이 상대적으로 문화 활동이 열악한데, 제주로컬푸드 콘텐츠로 채워가는 배움의 공간을 마련해 조금이나마 도움되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요리하는 즐거움, 배우는 즐거움, 자신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찾을 때마다 뿌듯함을 느껴요. 앞으로도 제주사람 안에 머물며 제주 식문화를 생각하고 나누는 위미 아주망(아주머니의 제주어)이 될게요." 박소정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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