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생 이름에 말(馬)과 관련된 어떤 뜻도 없어 [한라일보] 어승생오름 혹은 어승생악이라는 이름도 생소하기 그지없다. 지역에서는 그냥 어승생으로 통한다. 사실 제주지역의 지명만 생소한 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지명은 생소한 게 많다. 그냥 오랜 세월 그렇게 부르다 보니 굳어졌고,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내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제주어 특히 제주의 지명에는 한자 이전의 고유어가 잠재하여 국어의 어원이나 지명의 참뜻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어승생이라는 지명도 본래의 뜻을 알면 제주어의 기원, 나아가 제주도 선주민의 기원을 해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하도 오랜 기간 뜻글자인 한자로 기록되고 부르기도 그렇게 불러온 탓에 오해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어승생오름과 한밝저수지.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진 이런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 세속의 이야기를 전하는 정도이지 그 내용이 중요한 건 아니다. 임금이 타는 말을 어승마(御乘馬)라고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어승마가 태어났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건 없다. 어승생이라는 오름 이름에 말(馬)을 의미하거나 그렇게 해석할만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어승생이라는 이름에서 어승마라는 단어가 떠올랐을 뿐이다. 어승마가 태어난 오름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붙일 것이라면 사용빈도가 훨씬 높고, 음절도 짧은 '어마(御馬)'라는 말을 사용했을 것이다. 이건 그저 꾸며낸 말일 뿐이다. 물이 좋은 곳이라는 뜻의 몽골어 기원설도 근거 희박 조선 정조 때 어승마가 태어났다는 식의 이야기는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이런 내용을 기록한 ‘동국여지지’란 우리나라 최초의 전국지리지로 1656년 편찬했다. 정조가 왕위에 오른 해는 1776년이니 ‘동국여지지’가 편찬된 지 120년이 지난 후이다. 120년 후에 어승마가 태어났다는 말이 있을 수 있는가? 이 외에도 물이 좋은 곳이라는 뜻의 몽골어 아리운 우순(arirun usun)에서 왔을 것이란 견해가 있다. 그렇다면 이와 유사한 용례가 또 있는 것이 당연한데 보이지 않는다. 또한, 물과 관련이 없는 오름에 이런 이름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는 해명이 곤란해진다. 물이 좋은 곳이라는 뜻을 동원하고자 하는 이면에는 어승생오름 앞에 제주도 최대의 한밝저수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1653년 편찬한 ‘탐라지’에 어승생악(御乘生岳)으로 처음 등장한다. 같은 시기인 1656년 ‘동국여지지’, 이후 17세기 후반 탐라도, 1709년 ‘탐라지도’, 18세기 중반 ‘제주삼읍도총지도’ 같은 지도에 같은 명칭으로 표기되었다. 1853년 ‘여도비지’와 1866년 김정호의 ‘대동지지’에도 같은 이름을 사용했다. 1696년 이익태의 ‘지영록’, 1703년 ‘탐라순력도’에 어승생이라 했다. 이형상의 ‘탐라순력도’에는 어승악이라고도 했으며, 이 명칭은 일제강점기에도 그대로 썼다. 어승봉(御乘峰)으로도 나온다. 1899년 ‘제주군읍지’, 1910년 ‘조선지지자료’ 등에서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어승생봉(증보탐라지), 어승생이오름 혹은 어승생악이라는 이름으로도 쓴다. 이처럼 역사에는 어승생악, 어승생, 어승악, 어승봉, 어승생봉 등으로 나타난다. 이 외에도 어스름오름, 어스승, 어스싱오름, 어승생이, 어시싱오름, 얼시심오름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어슷, 한쪽으로 조금 기울거나 비뚤어지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전문가) 과연 '엇', '어스', '어시'가 무슨 뜻인가. 우리말에 이런 말도 있었나? TV 요리 프로그램에서 '파는 어슷하게 썰어 넣으세요'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파를 썰 때 어떻게 써는 것이 '어슷'하게 써는 것인가? '어슷'이건 '엇'이건 어떻게 쓰는가는 언어 습관상의 문제다. '어슷하다'의 사전적 풀이는 '(주로 '어슷하게'의 꼴로 쓰여) (물체가) 한쪽으로 조금 기울거나 비뚤다'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전문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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