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효정 작가. 운명처럼 10년 전 정착... 자연·사람들과 소통 즐거워 삶의 터전 이야기 수중 퍼포먼스·미디어아트로 녹여내 [한라일보] 인생의 절반은 이방인의 삶이었다. 열아홉에 대구 집을 떠나 서울로, 미국의 유타주와 뉴욕, 그리고 다시 서울을 거쳐 지금의 제주까지. 지난 이십여 년 간 스무 번 넘게 이사를 다녔다. 끊임없는 이주의 삶에서 10년 전 "운명처럼"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에 정착했다. 그녀는 낯선 곳에서 적응하는데 도가 트인 듯 했다. 확실한 이방인이었던 미국에서의 삶에 비하면 덜 힘들고 덜 불편했지만 바닷가 마당이 있는 농가주택에서의 제주살이 한 달만에 깨달은 건 '여기선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지역에 스며들어갔다. 동네 어르신, 주민들에게 도움을 구해 받고 자신이 줄 수 있는 도움도 건넸다. 그걸 미디어아티스트 배효정(41) 씨는 고립되지 않기 위한 "생존전략"이었다고 했다. 타지에서 온 자신이 지역에 적응해야한다는 생각에서다. 사회 생활도 마찬가지다. 배 작가는 한국미술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제주조각가협회에 소속돼 지역 미술계에도 빠르게 뿌리내리고 있다. 자신을 홍보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퍼포먼스, 미디어아트에 대한 공부를 하다 돌아온 후 "방황아닌 방황을 하다" 제주로 여행을 왔다. 제주의 자연은 그녀의 아프고 지친 몸을 보듬어줬다. "여기서는 쉬어도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자신을 알던 사람들을 떠나 도망치듯 온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함께였다. 항상 바쁘고, 경쟁하며 살아남아야했던 세상에서 벗어나 제주에서 자연과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작업하는 사이 작가의 지친 몸과 마음도 조금씩 치유돼갔다. 제주에 터를 잡고 3년 정도는 작업을 하지 않고 열심히 놀았다고 했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와 민박집 운영 등 갖가지 일을 했지만 그 와중에 해녀학교를 다녔고 예쁜 바다를 찾아다니며 여름 내내 좋아하는 물놀이를 즐겼다. 그렇게 충분한 쉼을 갖고서 다시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제주대 대학원(조소 전공)에서 공부를 계속하며 작품활동의 영역을 넓혀갔다. 배효정 작가 작품 배효정 작가 작품 배효정 작가 작품 제주에서 배 작가는 수중퍼포먼스를 통해 미디어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물을 좋아하는 그녀는 "수중 작업이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해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감히 짐작치도 못할 그 세월을 느껴보려 직접 바다로 들어가기도 했다. 작가는 그렇게 주로 집과 바다를 소재로 자신이 살아왔던, 앞으로 살아갈, 그리고 자신의 이웃들이 지금껏 살아온 터전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소개한다. 작가는 2021년 제47회 제주특별자치도미술대전 대상 수상자다. 그 상은 작가에게 지금 걷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앞으로 자신이 믿고 원하는 방식으로 잘 해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줬다. 그렇게 제주는 그녀에게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돼줬다. 10년을 살았지만 아직도 궁금하고 알고 싶은 소재가 가득하다는 제주는 앞으로도 그녀가 채워갈 작업의 자양분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작가는 현재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3 국제특별전 프로젝트 제주 '이주하는 인간-호모 미그라티오'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머물고 있는 비양도에선 섬의 이야기도 기록하고 있다. 어떤 작업을 할지 명확한 그림은 그리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집중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수중 퍼포먼스와 미디어아트를 융합한 새로운 시도로 제주의 이야기를 담아낼 그녀의 도전이 기대된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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