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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9)사려니숲길 남조로 주차장∼잣성길∼삼나무숲길∼가친오름∼말찻오름∼삼다수숲길∼숲길∼한전길∼삼다수숲길∼주차장
숲길과 잣성 따라 오름 넘으며 걷는 매력에 푹 빠지다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입력 : 2023. 10.20. 00:00:00

'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9차 행사에 함께한 참가자들이 말찻오름을 거쳐 삼다수숲길을 빠져나온 후 울창한 숲길을 걷고 있다. 양영태 작가

바람 드는 숲속서 햇살의 향기 만끽
여물어가는 산딸·초피 열매 곳곳에
먹거리로 요긴한 ‘양엣간’은 덤으로

[한라일보] 숲길에 들어서면 이야기가 하고 싶다. 한지에 먹물 스미듯 서서히 깊어지는 계절의 흐름을, 숲속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노래를, 빼곡한 나무 사이로 살짝씩 보이는 햇살의 향기를 숲길과 이야기하고 싶다. 잘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걷는 것 못지않게 잣성 따라 걷는 매력을 말해주고 싶다. 자신은 미처 알지 못하는 그 잔잔함을 들려주고 싶다. 숲속의 잣성은 그 끝을 알 수 없다. 천연림과 삼나무, 편백이 빽빽한 숲 사이로 잣성을 따라 걷는다.

지난 9월 23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3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9차 행사는 남조로에 있는 사려니숲길 주차장에서 시작했다. 주차장 끝에서 숲으로 들어서면 잣성을 만난다. 잣성을 따라 걷다 삼나무숲길을 지나면 가친오름을 오를 수 있다. 가친오름을 내려 사려니숲길을 지나 방향을 틀면 말찻오름 입구까지 이어지는 한전길이 있다. 말찻오름을 오르고 내리면 다시 삼다수숲길로 이어지고, 삼다수숲길을 잠시 벗어나 숲길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 다시 한전길을 지나 삼다수숲길로 이어진다. 투어는 삼다수숲길을 따라 교래리에 있는 주차장에서 끝난다. 천연림과 삼나무숲, 잣성과 오름을 돌아 요즘 한창인 양하꽃도 만날 수 있는 매력 있는 코스이다.

고추나물

양하

한라천마

가볍게 몸을 풀고 시작하는 투어를 노란 고추나물꽃이 배웅한다. 숲으로 들어서니 잣성이 반긴다. 삼나무 빼곡한 숲속에서 잣성의 돌담은 끝 간 데 없이 이어진다. 물이 마른 작은 내와 천연림이 우거진 숲을 지나 완만한 경사지를 오르면 어느새 가친오름에 이른다. 오름으로 가는 숲속은 빨간 산딸나무 열매가 수북하게 떨어져 있다. 한라천마는 어느새 종자를 달아 키를 키우고 있고, 초피나무도 빨간 열매가 여물어 검정 종자를 내보이고 있다.

가친오름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높이 53m의 나지막한 오름이다. 물찻오름 남동쪽에 있다. '가친'은 '가치다'의 관형사형이고, 표준어 '가두다' 또는 '갇히다'에 대응하는 제주어 중 하나다. 오름의 동쪽과 서쪽에 작은 내가 있는데 이 내가 오름을 갇히게 했다고 가친오름이다. 오름 정상에는 누군가 커다란 바위를 겹쳐 올려놓은 표지석이 이채롭다.

왜승마

가시꽈리

주홍서나물

오름 정상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쉬엄쉬엄 오름을 내려섰다. 경사가 완만하고 숲이 울창하여 오름을 오르고 내려섰다는 느낌은 없다. 가친오름을 내리면 사려니숲길과 만난다.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에서 시작하여 물찻오름을 거쳐 사려니까지 가는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이다. 사려니까지 이어지는 숲길이어서 사려니숲길이라고 하지만, 평소에는 사려니오름까지는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방향을 틀어 붉은오름 옆 남조로로 나가야 한다.

초피나무

붉은사슴뿔버섯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사려니숲길을 잠시 지나 말찻오름을 향해 방향을 틀어 한전길을 거쳐 조금 가면 해맞이숲길과 만난다. 나무다리를 건너 말찻오름 입구까지 이어진 길은 오름 정상을 돌아내리게 만들어져 있다. 말찻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높이 103m의 오름이다. 물찻오름 북동쪽에 바로 이어지는 오름으로 동쪽으로 벌어진 굼부리를 가지지만 숲이 우거져 지형도에서나 확인할 수 있다. 말찻오름은 오름 모양이 '말(斗')과 같다는 데서 이름을 붙인 것이라 한다. 말(斗)은 곡물의 양을 재는 데 썼던 그릇으로 원기둥 모양(통말)이나 네모난 것(귀말)이 있었다. 또는 큰 오름에 딸린 작은 오름이라는 데서 '말찻(말젯)오름'이라 한 것일 수도 있다.

말찻오름 정상에서 서쪽의 능선을 따라 내린다. 오름 사이 작은 계곡을 조심히 지나면 다시 천연림이 우거진 숲속에 들어선다. 조릿대 가득한 숲은 삼다수숲길과 이어지고 벗어나기를 반복한다. 숲속에는 버섯재배 농장을 잇는 길이 여기저기 만들어져 있고, 그 길은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다. 갑자기 길을 가던 선두에서 환호성이 울린다. 양하밭을 만난 것이다. 제주에서는 지금도 추석이 다가오면 들로 양엣간(양하꽃)을 따러 나간다. 추석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서이다. 양엣간의 씁쓸한 맛은 호불호가 있다. 모든 사람이 전부 만족하는 것이 어디 있으랴.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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