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9차 행사에 함께한 참가자들이 말찻오름을 거쳐 삼다수숲길을 빠져나온 후 울창한 숲길을 걷고 있다. 양영태 작가 바람 드는 숲속서 햇살의 향기 만끽 여물어가는 산딸·초피 열매 곳곳에 먹거리로 요긴한 ‘양엣간’은 덤으로 [한라일보] 숲길에 들어서면 이야기가 하고 싶다. 한지에 먹물 스미듯 서서히 깊어지는 계절의 흐름을, 숲속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노래를, 빼곡한 나무 사이로 살짝씩 보이는 햇살의 향기를 숲길과 이야기하고 싶다. 잘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걷는 것 못지않게 잣성 따라 걷는 매력을 말해주고 싶다. 자신은 미처 알지 못하는 그 잔잔함을 들려주고 싶다. 숲속의 잣성은 그 끝을 알 수 없다. 천연림과 삼나무, 편백이 빽빽한 숲 사이로 잣성을 따라 걷는다. 고추나물 양하 한라천마 가친오름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높이 53m의 나지막한 오름이다. 물찻오름 남동쪽에 있다. '가친'은 '가치다'의 관형사형이고, 표준어 '가두다' 또는 '갇히다'에 대응하는 제주어 중 하나다. 오름의 동쪽과 서쪽에 작은 내가 있는데 이 내가 오름을 갇히게 했다고 가친오름이다. 오름 정상에는 누군가 커다란 바위를 겹쳐 올려놓은 표지석이 이채롭다. 왜승마 가시꽈리 주홍서나물 초피나무 붉은사슴뿔버섯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말찻오름 정상에서 서쪽의 능선을 따라 내린다. 오름 사이 작은 계곡을 조심히 지나면 다시 천연림이 우거진 숲속에 들어선다. 조릿대 가득한 숲은 삼다수숲길과 이어지고 벗어나기를 반복한다. 숲속에는 버섯재배 농장을 잇는 길이 여기저기 만들어져 있고, 그 길은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다. 갑자기 길을 가던 선두에서 환호성이 울린다. 양하밭을 만난 것이다. 제주에서는 지금도 추석이 다가오면 들로 양엣간(양하꽃)을 따러 나간다. 추석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서이다. 양엣간의 씁쓸한 맛은 호불호가 있다. 모든 사람이 전부 만족하는 것이 어디 있으랴.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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