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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괴된 산호초 사이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산호들 수온 상승으로 인한 산호 백화현상… 해양생태계 위기 막기 어려운 제주 바다 열대화, 정확한 진단·대응 필요 [한라일보]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7년에 첫 방영된 해양 다큐멘터리인 '산호를 찾아서(Chasing Coral)'에서 불과 몇 개월 만에 산호초가 완전히 사멸되어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것을 산호 연구자들의 학술 모임에 공개하자 다수의 참석자가 충격에 빠지고, 눈물을 머금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이미 알았던 사실임에도. 2016년 있었던 전 지구적으로 일어났던 대규모 산호 백화현상을 촬영한 것이었다.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한 장면은 산호가 죽기 전에 끝까지 살아남으려고 대응하는 색을 발하면서 "나를 봐주세요. 제발 알아주세요"라고 전하려는 것 같았다고 다이버가 말하는 순간이었다. ![]() 미야코지마에서 발견된 많은 산호초 중에 하나로 사슴뿔 모양의 산호가 숲을 이루고 있다. 흰색 산호는 백화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성훈 사진 ![]() 산호가 완전히 사멸한 산호초인데 일부 산호가 새롭게 살아나고 있다. 이 산호초도 2016년 비정상적인 수온 상승에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성훈 사진 # 산호초 죽음의 현장에서 희망을 보다 지난 두 편의 글에서 수온 상승으로 제주 바다에 해조류 군락이 줄어들고, 한편으로는 아열대산 산호초가 새로 나타나는 대마도와 이끼 섬과 비교하여 이야기하였다. 자연 구로시오가 지나는 더 남쪽 바다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마침 10월 초에 오키나와 본섬과 대만 사이에 있는 섬 미야코지마를 방문하는 국내 원로 다이버들의 방문 계획이 있어 동참하였다. 14곳의 다이빙 현장에서 본 상황은 예상보다 나빴다.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곳도 있었으나 겨우 버텨내는 광경들을 여러 곳에서 목격하였다. 일본 최대의 산호초이자 일본의 대보초라고 자랑하는 야비지 산호초(Yabiji Reef, 八重干)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의 대표 종이라 할 수 있는 사슴뿔 모양의 아크로포라(Acropora) 속의 종이 이루었던 산호 숲(큰 가지가 많은 산호가 얽혀 숲처럼 보여 이 글에서는 산호 숲이라 한다)이 죽어가고 있었고, 죽은 사체의 조각이나 가지들이 언덕을 이루어 황량한 풍경은 산호들의 공동묘지라 할 만했다. 산 산호가 사라진 곳에는 조류가 너덜너덜 엉겨 붙어 지저분해 보였고, 그 많던 물고기 떼들도 보이지 않았다. 산호초에 의존해서 살아가던 섬의 어민들과 섬의 주민들에게도 분명 큰 손해가 전이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희망도 보았다. 환경 변화에 버티어 내려는 산호들의 몸부림을 보았고, 비록 큰 숲은 사라졌지만, 일부는 살아남아 명맥을 잘 유지하는 작은(패치, patch) 산호초도 있었다. 기뻤다. 대표 산호 종도 숲을 떠나 모랫바닥에 터를 잡아 살아가고 있었고, 햇빛이 잘 투과되는 바닥의 산호 바위에서는 여러 산호가 오아시스를 이루어 온갖 생물들의 보금자리 역할도 하였다. 이런 곳엔 늘 작은 물고기 떼들이 많았다. 덩치가 있는 물고기들은 다이버를 두려워하며 산호 바위 난 복잡한 통로 속으로 숨으며 "다 너희들 때문이야!"라며 질책하는 듯 쳐다보았다. 숲이 파괴되었어도 다양한 산호들이 터전을 지키고 있음에 감사했다. 산호들은 적어도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이 엿보였다. 하나는 좀 더 수온이 낮은 장소로 옮기고, 다른 하나는 유생을 저 멀리 북쪽 바다로 보내는 것이다. 매일 서너 차례 다이빙 탐사를 마치고 선상에서 "숲이 불타버렸네" 하면서 아쉬움을 토했다. 다른 다이버들은 물속에서 산호를 대하면서도 이해를 못 한 점이 많았다며 홍보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호초가 사라지면 해양생태계가 붕괴하고, 수억 명의 삶의 터전이 무너진다는 것까지. 인식의 변화는 교육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 다이버가 말했다. "서울에 있는 산에서 계속 불이 나고 있다면 어땠을까?" ![]() 미야코지마 대표 산호 종인 아크로포라 속의 산호가 모랫바닥에서 생존하고 있다. 김성훈 사진 ![]() 제주 바다에서는 아열대화가 점차 현실화하고는 있지만, 아직 그 정체성을 아직 잃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 같다. 김병일 사진 # 산호초의 위기는 전 지구 해양생태계의 위기 산호의 백화현상의 원인은 수많은 논란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수온 상승이라는 것을 과학자들이 알아냈다. 평균 수온이 2℃ 이상이 상승하면 백화현상이 일어남을 1980년대에 알게 되었다. "그깟 2℃로?" 우리가 아이를 키울 때 체온이 39℃에 가까이 가면 사경을 헤매는 이치와 같다고 봐야 한다. 2018년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The Guardian)에 난 기사 '대보초: 2016년 '재앙적인' 폭염 영향으로 산호의 30%가 사망'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에서는 호주 대보초에 기록된 산호 멸종의 규모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점과 2016년 급격한 수온 상승이 산호의 약 5~10%가 죽은 그때까지의 백화현상보다 훨씬 더 피해가 컸다는 한 과학자의 말도 실었다. 호주 해양과학연구소(AIMS)에서는 같은 해에 불과 몇 달 만에 대보초 북부에서 조사된 산호초의 38%가 심각한 영향을 받았으며, 남쪽으로 갈수록 그 강도가 감소했다고 했다. 이때는 백화현상이 전 세계의 열대 바다에서 발견되었으며, 발리 해안에서도 75% 정도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022년에도 대보초의 광범위한 해역에서 현상이 나타났지만, 사망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고 한다. ![]()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열대 해역의 것들을 해류가 온대로 실어 나른다. 다케요시 나가이(Takeyoshi Nagai)의 2019년의 글, '구로시오 해류: 생명의 동맥, 북서 태평양의 구로시오 해류는 열, 염분, 유기물과 무기 물질을 해양생태계를 형성하며 남쪽에서 북쪽으로 수송한다'의 제목과 긴 부제가 잘 표현하고 있다. 글은 처음부터 화려한 위성영상을 보여주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제주도가 대마도나 이끼 섬보다는 상대적 찬 해수의 영향을 더 받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즉 서해 냉수괴와 남해 연안 수의 영향이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상황과 기후변화 시나리오들로 볼 때 제주도 해안에서 아열대화되는 과정을 막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해조류의 자생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과 새롭게 출현할 열대 또는 아열대 지역 산호들에 대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제주 바다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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