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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문화광장] 미나마타와 유진 스미스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10.24. 00:00:00
[한라일보] 2020년에 나온, 조니 뎁 주연의 '미나마타'는 사진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준 유진 스미스라는 미국 사진작가와 미나마타병을 다루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의 지명을 딴 이 질환은 수은중독에 의한 신경학적 질병으로 뇌성마비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이 지역에 있었던 신일본질소비료(현 칫소) 공장에서 사용 후 바다로 방류한 메틸수은이 포함된 조개나 어류를 섭취한 지역민들에게서 1953년부터 발병하기 시작했다. 과학적으로는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닷물에 희석돼 전체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 될 듯했으나, 태평양에 희석되지 않고, 연안의 어패류에 축적돼, 해산물을 많이 먹는 지역주민들의 몸에 수은이 쌓여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처음에는 해산물을 먹은 고양이가 춤추듯 경련을 일으켜서 춤추는 고양이 병이라고도 알려졌다. 임신기 여자들에게 축적된 수은은 태아로 흡수돼, 어머니는 질병에 걸리지 않았으나, 태어난 아이는 뇌성마비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유진 스미스는 태평양 전쟁의 주요 전장을 취재하는 종군기자였으며, 사진 저널리즘 잡지 '라이프'에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일본 밖에 미나마타를 알리기 위해서 미국을 방문한 일본인 여성을 따라서 1971년부터 74년까지 미나마타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환경운동가들과도 함께 한다. 그 결과물을 라이프 잡지에 발표하고, 75년에는 사진집으로 출간하는데, 대표 사진이 바로 '목욕하는 토모코와 그의 어머니'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안고 슬픔에 잠긴 성모 마리아를 묘사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과 유사한 구도의 이 사진은 세계의 관심을 미나마타에 끌어올 수 있었다.

토모코는 어머니의 몸에 있었던 수은에 태아 때 중독된 것이다. 수은 함유량이 많을 수 있는 생선류에 대해서는 현재도 임신, 수유기 여성들에게는 1주일에 100g 이상 먹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1959년 공장의 부속병원 의사 호소카와가 고양이를 가지고 한 실험에서 수은이 원인임이 드러나고, 구마모토 의대의 원인 규명에도 불구하고, 1973년에 이르러서야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다. 초창기 환자들은 지역에 폐 끼치기와 따돌림을 두려워하여 감추기도 했고, 지역민들은 공장이 가져오는 지역경제 효과, 지역 수산물 판매의 부진 등을 들어서 감추고자 하기도 했다. 유튜브에 일본인 감독의 다큐멘터리 'Minamata: The Victims and Their World(1971)'와 'Minamata's Message to the World(1976)'가 있다.

환경오염을 다룬 한국영화는 1966년 일본 공해산업을 들여왔던 원진 레이온의 이황화탄소 중독을 다룬 다큐 '원진별곡(1993)',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삼진 그룹 영어토익반(2020)',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 '공기살인(2022)', 반도체 직업병을 다룬 '또 하나의 약속(2014)', 다큐 '탐욕의 제국(2014)' 등이 있다.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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