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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 금지 항생제 검출 수협 사료 사건 철퇴
서귀포해경 수사 마무리… A수협·임원 사료관리법 위반 송치
부정 유통 통한 수익 규모 300억원 달해 표시 기준도 안 지켜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3. 10.26. 12:42:30

서귀포해경이 수협 사료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 서귀포해경 제공

[한라일보] 속보=제주지역 A수산업협동조합이 유통한 사료에서 항생제 성분의 잔류 금지약물이 검출된 사건(본보 5월9일자 4면 보도)을 수사한 해경이 해당 수협과 이 사료를 납품 받아 유통한 업체를 검찰에 송치했다. 또 A수협이 양식업계가 기피하는 원료로 사료를 만들면서 원료 명을 감추고 판매해 수백억원대 부당 수익을 올린 사실도 드러났다.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사료관리법 위반 혐의로 A수협과 임원 B씨에 대해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고 26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를 받은 C업체와 사료 원산지를 속여 사기 혐의가 추가된 D업체도 송치했다.

해경에 따르면 A수협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의약품 잔류 기준을 어긴 시가 2억5000만원 상당의 어분 사료 175t을 C업체 등에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해경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A수협이 유통한 사료에서 항생제 성분의 동물의약품인 엔로플록사신과 옥솔린산이 각각 검출됐다.

A수협은 지난 2014년부터 매년 도내 양식장에서 죽은 광어를 수거해 사료로 만들고 있다. A수협 사료 공장으로 향하는 폐사 광어는 연간 8000t에 달하며, 제조 사료 대부분은 해외로 수출되고 나머지 일부가 국내로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식 광어에는 잔류 기준을 지키는 조건으로 치료 목적의 항생제 투약이 가능하다. 또 양식장은 이런 기준을 지키려 출하 전 3개월 간 항생제를 투약하지 않는 '휴약 기간'을 갖는다.

그러나 사료에서는 법에 따라 엔로플록사신과 옥솔린산이 단 1㎎이라도 검출되면 안된다. 항생제는 때때로 투여하지만, 사료는 양식 어류가 매일 먹기 때문에 체내에 농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A수협은 항생제가 투약된 폐사 광어로 사료를 만들기 때문에 이 사료를 안전하게 판매하기 위해서라도 잔류 기준 검사를 한 뒤 유통해야 했지만 A수협은 이를 하지 않았다.

또 A수협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돼지 부산물로 만든 육분을 혼합한 배합사료 약 1만5000t을 제조·판매하면서 사료 포장지의 원료 성분에 육분을 표시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육분은 단백질 함량이 높은데 반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양식업계가 사용을 꺼리자 A수협이 원료 명에서 육분을 감추고 판매했다는 것이 해경의 수사 결과다. A수협이 이런 방식으로 사료를 부정 유통하며 거둔 수익은 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함께 송치된 C업체는 A수협으로부터 잔류 기준에 어긋난 사료를 납품 받아 별다른 검사 없이 다시 전국 양식장에 유통한 혐의를, D업체는 C업체로부터 공급 받은 사료를 가공해 유통하는 과정에서 원료 원산지를 양식업계가 선호하는 칠레산으로 둔갑 판매해 9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칠레산으로 둔갑된 사료는 도내 소매업체 3곳에 판매돼 다시 도내 양식장으로 공급됐다.

해경 관계자는 "양식산업 발전과 국민 신뢰를 받는 수협이 이런 비위 행위를 저질러 양식 산업 전반의 신뢰를 하락시켰다"고 지적했다.

한편 A수협은 해경 수사로 문제가 불거지자 폐사 광어로 만든 사료는 해외에만 수출하고 국내 유통을 포기했다. 해외 유통 사료는 사료관리법에 따른 잔류 기준을 적용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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