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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가을 초기가뭄에 농가마다 물주기 '고군분투'
제주 월동채소 재배 현장은 물과의 전쟁 중
제주 최근 한 달 강수량 평년의 23.4%에 그쳐
농경지 토양수분 32개 지점 중 11곳 "부족"
스프링클러도 순번제… 당분간 비 예보 없어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입력 : 2023. 10.31. 19:20:00

가을 가뭄으로 월동채소류 생육이 부진한 가운데 31일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마늘 농가가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물을 주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평소 7~10일 간격으로 물을 주는데, 지금은 물을 줘도 3일만 지나면 땅이 바싹 말라버려요. 비로 물을 주는 것과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는 것은 틀려요. 비가 와야 물이 골고루 들어가는데..."

31일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마늘밭.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1만㎡ 마늘밭에 물을 주던 문모(74)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한 달여 전에 파종한 마늘이 한창 클 시기인데, 한달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땅이 마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그는 "마늘을 심은 후에는 물을 충분히 줘야 뿌리를 내리고 겨울을 날 수 있다"며 "수분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5일 전에 비닐 덮는 작업도 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이곳은 개인 지하수관정을 이용하는 농가여서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 공용 지하수관정에서 여러 농가가 물을 뽑아 쓰는 경우에는 농업용수의 양이 한정돼 있어 순서를 정해 농가들이 돌아가며 빠르면 일주일마다, 늦게는 보름에 한번 물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동무는 잎마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희만기자

가뜩이나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스프링클러를 돌려도 물이 적게 나오거나 물이 뿌려지는 면적이 전체 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농가들도 곳곳에 보였다.

같은 지역에서 콜라비 농사를 짓는 차 모(45)씨는 "지금 작물 크기가 너무 작아 걱정된다"며 "하나의 관정으로 주변의 5개 농가가 같이 쓰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며 물을 주고 있지만, 수요가 많을 때는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월동무 농사를 짓는 김 모(75)씨도 "잎이 마르거나 굽는 현상이 나타나 물을 줘야 하는데, 하나의 관정에서 물을 뽑아 사용하다 보니 보름에 한 번꼴로 물을 주고 있다. 순서가 돌아오면 오전과 오후로 나눠 3~4시간씩 물을 주고 있다"며 "급할 경우 개인 관정을 빌려서 물을 주는 농가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지역에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곳곳에서 초기 가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분간 비 예보가 없어 한창 비대기나 생육기에 접어든 월동무, 감자, 마늘,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등 월동채소 농가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제주지역 평균 강수량은 30.7㎜로 평년 강수량(121㎜)의 23.4%에 그쳤다. 특히 10㎜ 내외의 강수량을 보인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토양이 건조한 초기 가뭄 상태다.

지점별 농경지 토양수분 조사 결과 32곳 중 11곳은 초기 가뭄 기준을 넘어섰다. 이 중 서귀포시 중문동, 남원읍 위미리(동) 등 2곳은 토양수분이 '매우 부족' 상태였다. 서귀포시 상예동,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서귀포시 보목동, 표선면 세화리, 강정동, 안덕면 감산리, 남원읍 수망리, 성산읍 삼달리,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등 9곳은 토양수분이 '부족' 상태다.

31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농업인이 콜라비 밭의 스프링클러를 점검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등 2곳은 초기 가뭄 기준은 넘지 않았지만 그 수치에 가까운 '조금 부족' 상태다.

제주도는 현재 가뭄 1단계(주의)로 보고 농업기술원과 제주시, 서귀포시, 농협,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함께 가을 가뭄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가뭄이 2단계(경계)로 접어들면 한국농어촌공사 제주지역본부는 자체 관리 저수지를 점검한 뒤 저수지 10개소와 관정을 모두 개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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