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방.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한라일보] "커피는 사치입니다. 참아봐도 너무 마시고 싶다면 자판기 커피 아니면 편의점 커피를 이용하세요." 4일 오후 SNS상에서 다수가 익명으로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오픈채팅방 중 하나인 '거지방'에 입장해 '커피 마시고 싶은데 마실까요'라고 묻자 실시간으로 충고와 같은 답장이 쏟아졌다. 커피로 인한 지출은 사치니까 참으라거나, 회사 탕비실을 이용하라거나,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곳을 이용하라는 등의 답글이 잇따랐다. 최근 2030 세대에서 지출 내역을 공유하거나 절약 방법을 서로 조언하는 '거지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치솟는 물가에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지자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색 절약문화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주시에 살고 있는 20대 A씨는 거지방을 이용한 지 어느덧 3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A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2년된 사회 초년생으로 '딱 1년만 (돈을) 쓰고 싶은 대로 쓰고 그다음부터 열심히 저축하자'라는 생각이었지만 1년이 지난 후에도 늘어난 소비가 줄지 않아 '거지방'을 이용하게 됐다. A 씨는 "돈을 벌기 시작한 뒤로 옷, 액세서리 등 다소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에 대한 소비를 많이 했다"면서 "거지방에 가입한 후로 사람들을 통해 절약에 대한 충고를 들으면서 소비를 하다 보니 지출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30대 B씨도 5개월 전 자취를 시작하면서 주변의 절약 습관을 참고하기 위해 거지방을 찾았다. B씨는 "나도 나름 저축을 하고 아끼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래 친구들의 소비 내역을 본 후 반성하게 됐다"면서 "이제는 '절약하라'는 친구들의 잔소리가 어머니 잔소리보다 익숙하다. 실제로 '델리만쥬'를 한 번 사 먹었다가 주말이라고 사치를 부린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라고 했다. 이 같은 거지방의 유행은 지속되는 고물가와 고금리의 생활 속 젊은 층이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절약'이 된 현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의 경제고통지수는 25.1로 평균 16.3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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