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소장 일대 1㎞ 이상 상잣성 분포 대규모인데다 축조 당시 원형 유지 제주도 조사보고서에도 없어 주목 [한라일보]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과 샛개월이오름으로 둘러싸인 해발 580~600m 일대. 산림이 우거진 사이로 너른 목장지대가 펼쳐지고 한라산이 지척인 산간지대다. 마치 밀림지대를 방불케 하는 이곳에서 취재팀은 수차례 조사를 통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조선시대 대규모 상잣성을 확인했다. 길이는 1.2㎞ 정도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높이는 140~170㎝, 너비 140㎝ 안팎으로 파악된다.<본보 11월15일자 5면> 취재팀이 이번에 확인한 상잣성 너머로 목장전이 펼쳐져 있다. 특별취재팀 잣성은 조선시대 제주에 설치된 국영 목마장인 10소장의 상하 경계에 따라 돌로 축조한 담장이다. 해발 200~600m 범위에 10소장이 만들어졌다. 하잣성, 상잣성을 먼저 쌓고, 나중에 중잣성(해발 350~400m)을 쌓았다. 하잣성은 해발 200m 내외를 중심으로, 상잣성은 말이 산림지대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해발 450~600m에 한라산을 빙 둘러가며 쌓았다. 제주에 남겨진 잣성은 한반도 다른 지역에는 없는 독특한 유산이다. 조선 세종대인 15세기 초반부터 한라산 아래 해발 200~600m 사이 너른 평원지대를 구획정리하듯 10개의 목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경계를 따라 제주도민을 동원하여 돌로 쌓은 게 잣성이다. 조선시대 설치한 국영목장은 고려 말 몽골의 제주에 축조한 목장을 토대로 지속적으로 확장한 것이다. 상잣성 일부 무너진 구간에 촘촘하게 겹담으로 쌓아올린 사다리꼴 형태의 단면이 잘 드러나 있다. 특별취재팀 이번에 상잣성이 확인된 곳은 10소장 가운데 3소장 지역이다. 1899년(광무 3) 5월에 제작된 '제주군읍지 제주지도'를 보면 3소장에는 상잣성 위로 화전동이 나타난다. 현재의 제주시 용강동과 월평동 위쪽 일대다. 옛 용강리와 월평리 주민들이 화전동에서 농사와 목축을 겸했을 것으로 보인다. 상잣성 주변으로는 목장전으로 이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너른 목장지대가 있다. 수확이 없어도 화전에 따른 세금은 꼬박꼬박 부과됐다. 화전민들은 과중한 세금에 시달렸다. 이는 19세기 말 잇따른 민란 발생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문헌자료가 있다. 관목이 우거진 사이로 상잣성이 길게 뻗어 있다. 특별취재팀 이에 대해 진관훈 박사는 "3소장에 있는 화전동은 용강리와 월평리 사람들이 농경지 확장과 농목(농경과 목축)교체 차원에서 소집단으로, 수확기 일시 혹은 유목형태로 화입(방애) 후 화전 농사짓거나 목축(태우리)에 종사하는 해발 600m 이상의 산간마을이었다고 추측된다"고 했다. 영평마을 화전 농업에 대해서도 진 박사는 "제주 4·3 이전까지만 해도 일반농가에서 부업 수준 정도로 남아있었다. 당시만 해도 산야에 일부러 불을 놓는 화입(火入) 관행이 이루어져 왔다"고 했다. 목장전 따라 길게 이어진 상잣성. 특별취재팀 잣성은 마정사와 관련된 목축문화유산이자 제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돌문화유산이다. 오랜 시기 행해졌던 화전과 관련된 유산이기도 하다. 길이는 무려 600리로 알려진다. 그 엄청난 대역사를 위해 도민들이 동원돼 오랜 세월 노역에 시달렸다. 구획을 정해 마을마다 일정 구간을 맡아 쌓은 한의 유적이다. 취재팀이 확인한 상잣성 추정 분포도. 특별취재팀 현재 확인되는 상잣성은 보통 높이는 0.8~1.2m 폭은 0.5~0.7m 정도이고 길이 100m 내외로만 남아있다. 그런데 이번에 조사한 상잣성은 이중, 삼중 겹담으로 견고하게 쌓았으며 높이가 170㎝, 폭은 130㎝에 이를 정도로 두껍고 높으며 견고한 상태를 보여준다. 게다가 거의 원형을 유지한 채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길이 1㎞ 이상되는 상잣성은 드물다는 점에서 희소성과 함께 문화재적 보존 가치가 높다는 지적이다. 진 박사는 "규모나 구조면에서 이번 상잣성은 아주 특별하다"며 "상잣성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와 함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재원 제주문화유산연구원장도 "각종 개발로 지형 및 식생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돌 문화 그중에서도 잣성은 더욱 파괴의 정도가 심각하다"며 "현황조사와 보호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취재팀이 확인한 상잣성은 그동안 존재조차 몰랐던만큼 정확한 길이와 축조방식, 성격 등 규명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제주도 차원에서 하루빨리 정밀 실태조사와 함께 문화재 지정 등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특별취재팀=이윤형 편집국장·백금탁 행정사회부장 /자문=진관훈 박사·오승목 영상전문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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