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진행한 '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1차 행사에 함께한 참가자들이 드넓은 초원을 지나 은빛 억새 물결이 출렁이는 따라비오름을 걸으며 가을 풍광을 만끽하고 있다. 양영태 작가 하늘은 높고 말 살찌는 계절 실감 물매화·당잔대 등 가을꽃들 향유 호젓한 천변 숲길 걷는 재미 쏠쏠 [한라일보] 오름 위에 서서 너른 평원을 내려다보면 수백 년 전 목장을 질주하는 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얀 갈기를 휘날리며 내달리는 말들의 모습은 들판 가득 바람에 살랑이며 흐르는 은빛 억새의 물결로 서서히 바뀐다. 오름과 들판 가득 억새 물결 속으로 흐르는 가을. 파란 하늘과 은빛 억새, 그 사이로 흐르는 뭉게구름. 그렇게 가을은 우리 앞에 나타났다. 억새의 바다에 잠기기도 하고, 그 물결 위를 흐르기도 하며, 오름과 들판을 한없이 넘나드는 길에서 우리는 가을의 심연으로 빠져든다. 물매화 쑥부쟁이 당잔대 참산부추 바늘엉겅퀴 대록산은 서쪽으로 붙어있는 소록산과 함께 서귀포시 표선면 북서부 드넓은 벌판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가파르고 둥근 모양의 대록산은 원형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오름이 사슴을 닮아서 또는 예전에 사슴이 살았다고 해서 사슴이오름이라 붙여졌다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주변의 드넓은 평원의 초지는 가시리 목축산업의 원류로 산마장인 녹산장과 갑마장이 있던 곳이다. 갑마장은 갑마(甲馬, 최고등급 말)를 키우던 목장이다. 오름은 분화구 주위를 따라 둘레길이 한 바퀴 돌아간다. 선괴불주머니 등골나물 산박하 산비장이 오름을 내려 기슭의 삼나무 숲길을 거쳐 에코힐링 마로길을 지나면 수확을 마친 초지를 만나고, 초지를 가로지르면 따라비오름 방향의 쫄븐갑마장길 삼나무숲에 이른다. 촘촘히 심어 있는 삼나무와 잣성 사이를 곡예를 하듯 지나가면 따라비오름 입구이다. 따라비오름은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봉우리가 매끄러운 등성이로 연결되어 커다란 굼부리를 이루고, 그 안에 세 개의 굼부리가 있는 독특한 모양의 오름이다. 제주의 가을 억새 풍광을 대표하는 곳의 하나로 유명한 오름은,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들이 있으나 확실한 것은 없다. 오름을 오르는 능선에는 물매화·꽃향유·당잔대·산부추 등 가을꽃이 반기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오름은 반짝이는 은빛 억새 물결이 눈부시다. 오름을 내리면 쫄븐갑마장길과 만난다. 갑마장길은 숲이 무성한 가시천변을 따라 꽃머체를 지나 유채꽃프라자까지 이어진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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