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나지막한 본지오름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면 참으로 평화롭다. 멀리 바다와 삼색깃발처럼 드러나는 자연의 상징메시지가 있다. 활처럼 굽은 능선을 따라서 촘촘하게 들어선 봉분들. 삼달리공동묘지다. 세상에 이처럼 아름답고 아늑한 묘지가 어디 있을까? 북서풍을 막아주는 지형과 앞에 탁 트인 시야가 평화로움을 자아낸다. 마을공동체란 이렇게 세대와 세대가 이어지는 시간성을 보유한 존재이리라. 자연자원이 풍부하여 조상 대대로 이웃들과 공유하며 살아온 자산이라 하겠다. 미와연못, 너부못, 용오리못, 수어못, 막굴, 문괴굴, 오미동산 등 경관적 가치를 증폭시킬 요소들이 즐비하다. 올레3코스에서 만나는 정겨움이라고나 할까. 마을공동체의 대표적인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49.6㏊에 달하는 삼달리공동목장이다. 여기에 들어선 풍력단지도 있지만 봄이면 양질의 고사리들이 솟아나 이를 캐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강성은 이장에게 삼달1리의 가장 큰 자긍심을 묻자 명쾌하게 대답하였다. "마을 이름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풀어서 해석하면 이렇다. 세 가지 도달하고자 하는 삶의 가치이자 마을 공동체의 목표는 忠, 孝, 德이다. 마을 이름을 삼달리라고 바꾸던 시기에 양반마을의 위세와 자존심을 담아낸 것. 전해 내려오는 당시의 뜻이 감동적이다. '규율이 없으면 조정이 무너지는 것과 같이 웃어른을 제대로 섬기지 못하는 마을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보은과 백성을 위함이 오직 덕에서 나오는 것이로다.' 대대로 선비마을의 명성을 이어온 것은 태어나 자라면서부터 마을공동체의 명칭을 통하여 자신이 속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세를 교육받았기 때문. 노인회관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회고담 속에 녹아있는 '유년 시절 마을 이름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바른 행동이 몸과 마음에 가득 차게 되었다'는 해석. 이러한 정신문화유산은 남다른 교육열로 승화되어 삼달리 출신 인사들이 각계각층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도 이러한 마을 이름에서 오는 자긍심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 마을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아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결과적으로 성공한 사회적 삶으로 귀결되는 일종의 놀라운 집단적 지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방법을 마을 명칭으로 삼은 마을공동체의 의지가 아름답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삼달리에 귀농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이웃하여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우가 바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상식에서 그렇다. 처음에 마을 분위기가 너무 아늑하고 매력적으로 느꼈지만 마을사람들이 선량함과 정이 넘치는 분위기에 감동하였다는 것이 귀농가족들의 중론이다. 마을공동체의 자존심이 후손들의 성공적인 삶을 견인해 내는 감동적인 저력. 이러한 굳건한 의지가 있어 마을의 미래 또한 밝으리니. 효에 대한 실천 의지가 다른 마을에 비하여 과도할 정도로 강하다. 마을 어르신들의 현명한 판단이 더욱 감동적이었다. "밖에 나가서 성공하여 살고 있는 주민들이 고향을 찾아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땅을 팔지 말아야 한다. 돌아와 살 곳이 없는 고향은 이미 고향이 아니니까." 선비마을 맞다. <시각예술가> 수어못 가는 길 <먹 담채 79cm×35cm> 돌담 위에 놓인 한라산 <수채화 79cm×35cm>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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