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마당을 헤쳐 보면 조개가 나온다는 종달리 동동은 제주도에서 지층이 가장 낮은 지역, 즉 해수면보다 낮은 마을이다. 지금 이곳은 풍수해생활권 지역으로 선정돼 국비와 지방비 지원 총 200억을 들여 펌프식 배수장 시설 공사를 하고 있다. 비 오지 않는 날 마을을 가로질러 만들고 있는 배수로에는 우기가 아닐 때 인근 양어장에서 빠져나온 광어 새끼들도 간간이 볼 수 있다. 9만 8000여평 부지인 이곳은 갯벌이었다가 모래 염전이었다가 간척해 논밭이 되었다가 자연스레 취락지구로 형성된 곳이라 땅밑으로 해수가 흐른다. 염전이었다보니 배수 시설도 어렵다.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이라 저류지를 파면 만조시에 바닷물의 유입을 막을 수 없어 집중호우에는 상습침수가 되기 일쑤니, 자동 펌프식 배수장을 설치해 피해를 줄이려는 것이다. 제주도 내 펌프식 배수장 시설은 종달리와 김녕리, 오조리, 시흥리 네 곳. 이곳의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해수면 상승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문제뿐만이 아니다. 폭염으로 인한 강수량 부족으로 농사에 차질이 생기면서 농업용수관도 10㎞이상 설치해 물을 공급해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농업기반 시설 확충문제도 사실 단계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 있다지만 정작 시급한 문제는 영양염과 온난화로 인한 이상 번식으로 제주 해양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는 '구멍갈파래'의 처리다. 제때 걷어내지 않으면 조업의 문제는 물론 그 악취까지 하수종말처리장 수준이라니 '청정 제주' 관광특구에 있어서는 안 될 말이다. 마을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파래를 걷어다 건조하고 분말로 만들어 퇴비로 보급하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도 없어 그 수요가 적어지다 보니 처치 곤란하게 된 것"이라며 하루빨리 처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초조한 낯빛을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 제주도의 관계자는 "이상 번식된 구멍갈파래의 처리 방안에 대해 자원화하여 기능성 식품으로 가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말하며 늘 그렇듯이 예산문제를 거론함으로써 회피하고 싶은 눈치다. 이에 친환경 유기농 명인 김형신은 "구멍갈파래는 그냥 건져 올려서 잘 말리기만 해도 염분이 10%로 줄어 1000평의 농지당 1t 정도만 사용하면 영양분이 풍부해 거름으로 쓰기에 아주 좋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정은 처리 과정의 불편함과 건조장 마련의 어려움을 핑계로 행정의 뒷전으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동향으로 보면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유기물로 생분해가 가능한 파래플라스틱, 파래비닐, 파래펄프 등 여러 분야에서 파래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제주도 이에 발맞춰 쉽든 어렵든 구멍갈파래의 처리를 위해 보다 깊은 연구와 가공 산업 육성을 다짐하는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예산을 집중 편성시켜 '때를 놓쳐 회복이 불가능한 재앙의 섬 제주'를 맞지 않을 수 있다. <고나해 시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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