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도 내 미분양 주택이 10월 말 기준 2523호로 역대 최대를 갈아치웠다.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1001호로 역시 가장 많다. 이렇게 미분양이 넘쳐나는데도 분양가는 '너무 비싸다'를 넘어선 수준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를 보면 10월 말 제주도내 민간아파트 평균분양가격은 3.3㎡당 2574만원으로, 1년 전(2216만원)보다 16.2%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3216만원) 다음으로 비싼 데다 제주 다음 수준인 부산(2218만원), 경기(1953만원)와도 가격 차가 상당하다. 전국평균 분양가(1681만원)에 견주면 53.1%(893만원) 비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지난 6월 보고서를 보면 2021년 4월 기준 제주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40만3000원으로, 전국평균(274만9000원)보다 12.6% 적다. 1년치 월급을 꼬박 모아야 아파트 3.3㎡(1평)를 살 수 있는 시장은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앞서 2019년 10월 도내 민간아파트 평균분양가는 3.3㎡당 1277만원으로, 전국평균(1190만원)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 2021년 10월에는 2264만원으로 전년 동월(1534만원)보다 47.6% 급등했다. 이는 2021년 4월 제주시 연동 옛 한진사택 부지에서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최고분양가가 9억4830만원으로, 도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마침 부동산 비규제지역인 제주에 투기수요가 관심을 갖던 시기에 당시 시세보다 3억원 정도 비싼 분양가는 곧바로 시세를 자극해 제주시 소재 단지형 아파트 매매가도 삽시간에 2억~3억원 상승세를 탔다. 분양가에 대한 관심이 워낙 높다 보니 누군가는 말한다. "모두가 비싼 아파트에 사는 건 아니라고, 훨씬 저렴한 주택이 더 많다"고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높은 아파트 분양가는 바로 아파트 시세를 자극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과거 가격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연립, 빌라, 단독주택 가격도 함께 끌어올려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든다는 데 있다. 조만간 분양될 제주 첫 민간특례사업인 오등봉과 중부공원 비공원시설 부지 안에 들어설 아파트 분양가에 도민 관심이 뜨겁다. 각각 1401세대, 728세대를 분양할 사업은 순수 민간사업이 아닌 제주시가 공동사업시행자다. 도민이 납득할 만한 적정 분양가에 대한 제주도의 역할이 막중하고, 분양가가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제주시 화북동 일원에 5500세대를 조성하는 '화북2지구 공공주택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공급물량의 절반은 공공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이고, 공공분양주택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시세보다 20~30% 싸게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공공택지개발사업 발표가 더 일찍 나왔더라면, 그래서 앞으로 아파트가 충분히 공급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미리 줬더라면 2021~2022년과 같은 도내 집값 폭등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예측 가능한 주택 공급 정책으로 서민들이 부담 가능한 주택이 시장에 꾸준히 공급된다는 믿음만큼 중요한 건 없을테니 말이다. <문미숙 편집부국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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