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가파도 상동항 일대. 다음 로드뷰 갈무리. [한라일보] 사망 사고가 발생한 제주지역 항·포구들이 잇따라 법적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인명 피해가 난 이들 항·포구의 특징은 법 테두리에서 벗어난 시설이거나 정비가 어려운 비법정 어항이라는 것으로, 일반인 출입을 통제할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6월 8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 상동항 방파제 인근에서 숨진채 발견된 40대 관광객의 유족들이 서귀포시를 상대로 6억원을 배상하라며 지난달 8일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은 숨진 관광객이 지난 6월 7일 밤 숙소에서 나와 상동항 쪽으로 바람을 쐬러 갔다가 방파제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유족 측은 서귀포시가 가파도 상동항에 일반인 출입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을 세우지 않고, 추락을 막을 안전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며 시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동항 일대에는 여객선 승객들이 주로 이동하는 구역에만 추락 방지 난간이 있고 나머지 구역엔 없다. 사망 사고가 난 상동항은 소규모 항·포구로 불리는 '비법정 어항'이다. 여객선이 드나들긴 하지만, 어선 이용이 적다보니 어촌·어항법에 따른 '법정 어항'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가파도 어민들은 상동항 반대편에 있는 하동항을 주로 이용하며, 하동항은 법정 어항으로 지정돼 체계적인 예산 투입과 안전 관리가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법정 어항이 아닌 소규모 항·포구는 예산 투입·정비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안전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주에는 상동항과 같은 비법정 어항이 38개 있다. 소규모 항·포구는 일반인 출입 금지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다. 항만법은 항만 내 위험 구역을 무단 출입하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지만 적용 대상은 무역항과 연안항 등 규모가 큰 항구로 국한된다. 소규모 항·포구에서 인명 사고가 일어나 소송으로 번진 사건은 4년 전에도 있었다. 2018년 9월 마라도 바지선 선착장에서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 관광객 2명의 유족이 이듬해 제주도를 상대로 1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는 제주도의 패소였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미흡한 출입 통제 조치와 시설 관리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제주도 패소를 확정했다. 다만 배상 책임은 30%로 제한해 유족에게 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마라도 선착장 주변은 너울성 파도가 잦은 곳으로 2012년에도 일가족 3명이 높은 파도에 휩쓸려 2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2012년 사고 후 출입 제한 안내문과 구명장비가 설치됐지만 인명 사고는 재발했다. 마라도 선착장은 문제가 더 심각한 편이다. 마라도 선착장은 아예 무허가 시설로 조성 시기와 조성 주체마저 불분명하다. 지적도상 일제 강점기 이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다. 하지만 시는 마라도 주민들이 이 선착장을 통해 십수년째 차량과 유류 등을 운송 받고 있다는 이유로 폐쇄도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비법정 어항이나 제도권 밖 항구 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앞으로 이들 시설에서 사고가 나면 지자체에 책임을 묻는 소송이 잇따를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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