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가 편성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제주도의회의 심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30일, 제주 문화예술계가 '집단 행동'을 보였다.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138명(팀)의 문화예술인들이 연대해 2024년 제주도 문화예술 공공예산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도의회와 도에 제출한 것이다. 입장문은 "제주도가 2024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문화예술 예산을 대책 없이 삭감했다"는 글로 시작된다. 그만큼 새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문화예술분야 홀대론이 거셌다. '대참사' '희생양' '참혹스럽다' 등의 지적이 나올 정도로 제주도의 편성 과정에서 싹뚝 잘린 문화예술분야 예산에 도내 문화예술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지나서도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화정책과의 예산 확보가 소극적이었다는 도의회의 질타가 쏟아진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도정의 무관심이 예산으로 드러났다는 지적 속 138명(팀)의 제주 문화예술인들은 입장문에서 "예산편성은 정책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1차적인 자료"라며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향해 문화예술분야 예산 확대 약속 이행 의지 등을 촉구했다. 또 오 지사와 도의회를 향해 차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제안·실행할 것도 요구했다. 그렇게 문화예술 예산은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생존권 문제이자, 이들의 활동과 도민들의 만남 속에서 형성되는 문화예술 향유의 장을 통한 행복추구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 사안"임을 강조했다. 1년 전 이맘때 진행된 예산안 심사에서도 '문화예술분야 홀대론'은 도마위에 올랐다. 제자리걸음인 예산 비중 문제부터 많은 문화예술사업이 반영 안된 와중에 도지사의 공약사업은 너무 쉽게 반영됐다는 비판, 코로나19의 혹독한 시간을 견뎠지만 예술인들의 체감은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질책까지, 한정된 재원에서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눈앞의 '소나기'만 일단 피한 것일까. 1년이 지나 도돌이표를 찍듯 홀대론이 재점화된 의회에선 "예산 뒷받침이 없는 정책은 헛구호에 불과하다"며 민선8기 문화정책에 대한 전면 재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더해졌다. 더불어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주요 사업이 대폭 감액 편성되면서 문화예술인 창작활동 지원 및 도민의 문화향유 기회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새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나온 일부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조금씩 다른 듯하다. 다만 예술인들이 연대해 목소리를 냈다는 점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그려나가고자 할 때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과 더불어 예산의 뒷받침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 접점을 만들어가는 것은 소통이다. 이전에도 피력했지만 현장의 소리를 수렴하는 정기적인 공론장을 운영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오은지 교육문화체육부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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