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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명의 문화광장] 대신 효도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입력 : 2023. 12.12. 00:00:00
[한라일보] 의학기술과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수명도 길어졌다. 이제는 100세 시대를 지나, 120세 시대를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수명이 길어진 것은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동물들의 수명도 길어졌다고 한다. 다만, 길어진 수명만큼 삶의 질도 향상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도 사실이고 보니,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수명은 몇 살이 적당한 것일까?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100세 시대를 지나, 120세 시대를 공공연히 외치는 21세기.

'대신 효도, 전화 효도'.

무슨 말일까? 얼마 전, 가끔 찾아가서 작업도 하고 나만의 시간을 즐기다 오곤 하는 카페에 갔다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을 만났다. 그는 근황을 묻자, 요즘 요양원에 다닌다며 작은 에피소드부터 좀 무거운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의 입에서 전해지는 요양원 일은 고되고 고된 정신노동과 육체노동 게다가 감정노동까지 합쳐진 현장이었다. 물론 그는 사람을 좋아하고 천성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라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 역시 감정을 가진 사람인지라 마음의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명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시선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요양사라는 특수한 직업을 선택하면 참 힘들겠다 싶었다.

'책임과 의무만 있는 곳. 노력에 더 노력을 더해야 하는 곳.'

이렇게 이야기하면 요양원, 운영 시설장이 요구하는 거라고 자칫 오해할 것 같아 설명의 글을 보탠다.

요양원에 부모님, 어르신들을 모셔 둔 보호자들 가운데 마치 자기들은 의무를 다 한 것처럼 생각하고 시설장이나 종사자들한테 무한 요구를 한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연휴가 긴 휴일이나 명절이면 집에서 좀 모시겠다고 외박을 나가서는 며칠도 안 돼서 '도저히 안되겠다.' '생업에 지장이 있다' '없던 병이 생겼다' 등의 갖은 핑계를 대며 다시 귀원시키는 보호자들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그의 근황을 듣는 내내 자신들은 하지도 못할 일을 남에게 떠넘겨 놓고, 효도는 자신들이 다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신 효도', '전화 효도'.

다른 사람들 시선에는 매일 전화를 하며 안부를 묻는 효자, 하지만 그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시설에 갖은 요구와 명확한 근거도 없이 툭하면 고소, 고발하겠다며 생떼를 쓰는 보호자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지금, 우리는 인권의 홍수에 내몰려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종사자 인권도 없고, 시설장 인권도 없이 오직 책임과 의무만 있는 인권 사각지대라면, 멀지 않은 어느 날 사후약방문이 되는 인권발의가 또 다른 이름으로 나오지 않을까 너무나 우려스럽다.

시급히 궁극적인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 생각한다. <장수명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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