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이 역사자료총서 7집으로 '고문서에 담긴 조선후기 제주인의 삶'을 펴냈다. 지난해 이창훈 씨로부터 기증받은 18~20세기 제주 대포리 고부이씨 집안 소장 고문서 160여 점을 탈초·번역한 것이다. 총서엔 각 문건별로 발급자와 수취자를 따져 공문서와 사문서를 구분했으며, 이를 주제별로 묶어 작성된 시기순으로 정리했다. 공문서에는 녹봉이 정해지지 않은 관직자를 임명하면서 발급한 '차첩(差帖)'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를 통해 대포리 마을 내 고부 이씨 문중의 주요 인물에 대한 관직 이력 양상을 살필 수 있다. 사문서로는 개인의 경제활동을 규명할 수 있는 명문(明文)·표문(表文)·불망기(不忘記) 등의 재산매매문서와 함께 도허문(都許文)·화회문(和會文)·깃급문[衿給文] 등의 재산상속문서가 다수 실려 있다. 특히 160여 점의 고문서 중에는 대정군수를 지낸 채구석(蔡龜錫), 이(李) 좌수(座首), 이재하(李載厦) 등 3인이 착동(鑿洞, 수로공사)을 하는 가운데 3년간 역부(役夫) 75명을 부리면서 총 314냥이라는 거액의 금액을 빌린 내용이 담긴 임자년(1912년) 문건도 확인된다. 해당 문서에 등장하는 채구석은 1906~1908년까지 3년의 기간에 걸쳐 '천제연 관개수로'를 직접 주도했던 인물이다. 박물관은 "확인된 고문서로 미뤄볼 때, 이후 또 다른 관개(灌漑, 농경지에 인공적으로 물을 대는 것)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고찰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해당 고문서의 탈초와 번역은 국사편찬위원회 문창선 사료조사위원을 비롯해 제주대학교 박물관 이진영 특별연구원, 제주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김새미오 학술연구교수가 맡았으며, 전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양진석 학예연구관이 감수했다. 박찬식 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고문서는 수기(手記)로 작성된 유일성을 지닌 1차 사료이기 때문에 옛 제주인들의 삶이 녹아 있음은 물론, 기존 역사서로 해명되지 않는 제주도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총서는 20일부터 29일까지 선착순 100부 배부될 예정이며, 박물관 누리집 학술자료실 게시판을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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