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일의 휴가' [한라일보] 엄마는 나를 검색하고 있었다. 얼마 전 엄마의 핸드폰으로 가야 할 식당을 찾다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제일 위에 내 이름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흔이 넘어 홀로 떨어져 사는 아들이 뭘 하고 지내는지,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자영업자 겸 프리랜서 아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궁금해하셨던 것 같다. 나름 살갑게 군다고 생각했지만 하루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하지 않는 아들의 안위를 엄마는 그렇게 검색하고 있었다. 직업의 특성상 가끔 이름이 쓰인 글들을 웹상에서 볼 수 있어서 엄마는 좀 안도하는 것 같았다. 불혹의 나이에 심하게 앓았던 아들이 다시 일하면서 살 수 있을지를 내심 걱정했던 엄마에게 검색창은 안부를 아들의 안부를 묻지 않고 확인하고 안도할 수 있던 공간이었다는 걸 알게 되자 마음이 찌르르했다. 육상효 감독이 연출한 '3일의 휴가'는 세상을 떠난 엄마가 3일의 휴가를 얻어 딸을 만나러 오는 이야기다. 장르로 치면 판타지 휴먼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살아생전 엄마는 하나뿐인 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딸의 공부와 성공을 위해 평생을 뒷바라지했던 엄마의 굴곡진 인생과 자신을 위해서라지만 엄마와 함께 살지 못했던 외롭던 딸의 아픈 상처들이 포개어지는 작품이다. 눈물 콧물 쏙 빼는, 전형적인 한국형 신파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두 모녀의 각기 다른 마음을 파고들며 천천히 관객의 마음을 적셨다. '3일의 휴가'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게 태어나 누구보다 멀어질 수 있는 부모와 자식이라는 두 존재에 다리를 놓는 영화에 가까웠다. 우리는 종종 영화 속 누군가의 삶을 쉽게 재단하곤 한다. 현실보다 억지스럽다고 비난하기도 하고 현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라면 요즘 감성에 맞지 않는 소재라고 외면하기도 한다. 담백하고 쿨한, 깔끔하고 산뜻한 캐릭터의 사이다형 서사를 원하는 관객들에게 '3일의 휴가'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가난하고 무지한 엄마와 똑똑하지만 무뚝뚝한 딸이라는 단순한 캐릭터 설명은 아마도 큰 장벽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꺼풀을 벗겨내는 수고에 정성을 들이는 영화다. 누군가의 삶을 골몰하게 들여다본 묘사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처럼 성실하고 생생하다. 연재하고 있는 이 원고는 얼마 전부터 포털 서비스의 제휴가 종료되어 검색으로 엄마는 이 글을 읽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신문사의 사이트에 들어가서 찾아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관심과 걱정은 늘 사랑에서 시작된다. 이 글을 쓰면서 많은 엄마들이 기쁨으로 채우고 있을 사랑의 저장고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길어 올려져 자식들의 냉장고를 차지할 소분된 사랑의 모양들도 떠올렸다. 사랑의 유통기한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상하지 않은 마음의 미각뿐일 것이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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