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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훈의 한라시론] 역사의 하늘에 뜬 별, 김오랑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입력 : 2023. 12.28. 00:00:00
[한라일보] ‘사기’를 쓴 사마천이 '백이열전'에서 이르기를 "도척(盜蹠)은 날마다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간으로 회를 쳐서 먹고 포악한 짓을 멋대로 저지르며 수천 명의 무리를 모아 천하를 횡행하였지만, 결국 제 수명을 마치었다. 이런 것은 무슨 덕을 따른 것인가?" 영화 ‘서울의 봄’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떠오른 구절이다.

유사 이래 불의한 반란으로 권력을 찬탈한 자들이 일평생 호강하고, 국법과 군자의 도를 지키는 사람은 재앙을 만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역사에 흔적을 남긴 인물의 전기를 기록하던 사마천은 불의가 정의를 탄압하는 부조리함에 분노했다. 그래서 사마천은 이치에 맞게 착하게만 살다 굶어 죽은 애제자 안연(顔淵)을 도척(盜蹠)에 빗대며 우리에게 묻는다. "이것이 하늘의 도리라면, 이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국립서울현충원에는 12·12군사반란 당일 밤 정병주 사령관을 지키다 반란군의 총격에 사망한 김오랑 중령이 잠들어 있다. 반란군에 넘어간 수하 부하들이 하나둘 사령관을 배신하는 긴박한 상황, 사령관의 비서실장은 권총을 뽑아 들고 사령관을 지키려 홀로 저항하다 집중사격을 받았다.

지난 9일 육군 장교 출신 김종훈 기자와 함께 걷는 '서울의 봄·특별 현충원 투어'에 참가했다. 100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모였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점심을 거르다시피 하며 5시간 쉼 없이 이어진 강행군이었다. 이 순례 참가의 본뜻대로 나는 김오랑 중령에게 술 한잔 올리며 마음속으로 장사익 선생의 노래 '허허바다'를 불러드렸다.

'찾아가 보니 찾아온 곳 없네/돌아와 보니 돌아온 곳 없네/다시 떠나가보니 떠나온 곳 없네/살아도 산 것이 없고/죽어도 죽은 것이 없네/해미가 깔린 새벽녘/태풍이 지나간 허허바다에/겨자씨 한 알 떠 있네.'

'역사의 하늘에 뜬 별'이란 부제가 달린 '김오랑 평전'을 읽었다. 김오랑의 어린 날과 청년 장교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펜팔로 맺어진 아내 백영옥과의 순애보가 담겨있다. 백영옥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였음에도 김오랑의 비석에는 아내의 이름이 없다. 그날의 충격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지만, 남편의 명예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녀는 1991년 6월 28일 새벽 의문의 실족사를 당했다. 부산 영락공원 봉안 시설에 안치되었던 그녀의 유골은 무연고자 임시 보관소를 거쳐, 2009년 5월 부산시립묘지 산골(散骨) 터에 뿌려져 흔적이 없다.

지난 22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주최한 긴급토론회 주제가 '공포 사회의 도래와 언론자유'였다. 공포의 시대에 역사의 별 김오랑을 바라본다. 그는 불의와 대적해 죽음으로 맞서 싸웠던 용기의 화신, 불멸의 존재로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12·12군사반란의 주역 하나회가 만들었던 민정당은 '국민의 힘'으로 이어졌고, 이제 '검찰의 힘'으로 변신 중이다. 도탄에 든 민생에 공포사회라니, 엄동설한 세밑에 묻는다. 이것은 하늘의 도리이며, 과연 옳은 것인가? <김양훈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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