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출간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존재 청소년 소재 단편 소설 5편 실려 아빠와 딸 독서 대담 소중한 시간 "모든 성장은 고통을 동반한다" 책 속 문장들에 공감 느끼며 읽어 청소년문학의 '첫 문장'을 써 온 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단편 소설 모음집. '선택'(이선주), '모로의 내일'(최영희), '행성어 작문 시간'(최상희), '안녕! 정신 나간 천사'(황영미), '나와 함께 트와일라잇을'(조우리) 등 5편이 실려있다.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청소년을 소재로 작가들의 세계가 투영되어 있다. 표제작 '모로의 내일'에서는 갑자기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 반 친구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선주 외 지음, 출판사 사계절> ▷책읽는 가족=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아빠 강창범 씨와 딸 강소이 양. 부녀는 함께 도서관을 찾아 각자의 시선으로 책을 고르고 읽는 것을 즐긴다. 아빠가 보는 딸은 청소년과 성인의 경계선에서 궁금한 것도, 하고 싶은 일도, 걱정하는 일도, 꿈꾸는 것도 많아 고민인 것처럼 보인다. 독서 대담은 아빠의 제안으로 이뤄졌고, 딸이 함께 읽을 책 '모로의 내일'을 추천했다. ▶강창범(이하 아빠) : 먼저 아빠가 같은 책을 각각 읽고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강소이(이하 딸) : 처음에 아빠께서 독서 대담을 하자고 했을 때는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아빠와 이렇게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일이 흔치 않다는 걸 깨닫게 된 후부터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훨씬 커졌어요. 제 얼굴이 신문에 실린다는 점은 조금 부담스럽지만 이런 경험도 우리 가족이 곱씹어볼 수 있는 큰 추억이 될 거라 믿어요. 아빠는 왜 저에게 그런 제의를 했어요? ▷아빠 : 소이가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났어요. 그때 아빠는 소이가 노는 옆에서 일어선 채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놀다가 심심했는지 아빠에게 책 그만 보고 놀아달라고 했었죠. 그러면서 "아빠는 왜 책 읽어?"라며 물어왔고. 그래서 아빠가 "소이는 궁금한 것이 많아 아빠에게 물어올 때 대답을 해주기 위해 책을 읽어."라고 하자 "그래, 그럼 책 많이 읽어."하며 하던 놀이를 계속했던 일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이젠 많이 자라 아빠랑 눈높이를 맞춰가는 딸이랑 책과 관련된 또 하나의 의미 있고 소중한 기억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함께 할 수 있는지 물어봤었죠. ▶아빠 : '모로의 내일'이라는 책을 소개해주세요. ▷딸 : '모로의 내일'은 청소년의 불완전함과 이를 통한 성장을 담은 5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는 소설집이에요. 청소년들이 삶을 겪어나가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생각을 작가들 고유의 색깔로 풀어나간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책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응원해 주는 글들이 모인 친구 같은 소설인 것 같아요. ▶아빠 : 다섯 편의 단편 소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었다면 그 이유와 함께 말씀해 줄 수 있나요? ▷딸 : 마지막 5번째 단편으로 실려 있는 '나와 함께 트와일라잇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우선 머릿속으로 가장 연상이 잘 되었던 작품이었고 아이들과 어른들의 삶, 그 속의 관계를 통해 성장을 자연스럽고 드라마틱한 표현으로 이끌고 갔던 점이 좋았습니다. 작가의 말에 나오는 문장들 중 '모든 성장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동반한다'(162쪽)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10대의 끝자락을 맞이한 제가 오랫동안 궁금해했고 또 지금에서야 느낄 수 있던 감정이어서 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빠는 어떤 단편이 기억에 남으세요? ▷아빠 : 아빠는 이선주 작가의 '선택'이 기억에 남아요. '글을 쓰는 일이 상처를 건드리는 일'(31∼32쪽)이라는 등장인물의 말과, 얼마 전 같이 관람했던 영화 '싱글 인 서울'에서 '글은 사랑한 흔적과도 같거든요'라는 대사가 겹쳐지면서 글을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또한 무엇보다도 소설 속 인물이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스스로 선택하는 부분에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들도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읽었어요. ▶아빠 :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본인과 성격이 비슷하다거나 친구 하고 싶은 인물이 있었나요? ▷딸 : 저는 2번째 소설인 '모로의 내일'의 주인공, 모로와 친구를 하고 싶어요. 학급의 친구들을 항상 관찰하고 있다는 점이 저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 모로가 왠지 모르게 부럽기도 했어요. 무엇보다도 자신의 턱 아래의 대상포진 흉터를 '인생 스팟'이라고 느낀다는 점에서 모로 특유의 비범함이 보여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스스로와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인 모로와 친구가 된다면 항상 웃음이 가득할 것 같아요. 아빠는요? ▷아빠 : 엉뚱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소설 속 인물들 모두가 좋아요. 최상희 작가의 '행성어 작문 시간'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 '오올리아쉐시비이이아오요킨'인건 좀 적응이 안 되지만...... 4번째 소설인 '안녕! 정신 나간 천사'에 보면 그런 말이 나오잖아요. '사랑은 상대방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거'(126쪽)라거나 '누구도 내 인생을 평가할 권리는 없어요.'(127쪽)라는. 그 말들처럼 등장인물 각각의 모습들이 그대로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엉뚱한가요? ▶딸 : (웃음) 책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아빠 : 마음에 드는 작품에서 언급한 부분과 겹쳐진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선주 작가의 '선택'에서 주인공이 '엄마의 하루'라는 주제로 쓴 글을 수업 시간에 발표한 후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자신이 모르고 있던 엄마의 모습을 글로 발표한 후 친구들과 선생님의 무반응에 상관없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꿈을 갖는 모습에서 주인공은 훗날 멋진 작가가 되었을 거라는 상상을 했어요. ▷딸 : 저는 이 질문을 하면서 가장 먼저 기억에 남던 장면이 있었는데, 5번째 소설인 '나와 함께 트와일라잇을'에 나오는 장면이었어요. 소설 속의 시간이 흐를수록 주인공 솔이의 집과 엄마의 작업실이 식물로 가득해진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엄마의 정신적 무너짐이 엄마 속을 벗어나 바깥까지 덮쳐버린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책 속에 재미있는 장면들도 많았지만 저는 왠지 이런 슬픈 장면들이 유독 기억에 남아요. ▶아빠 : 어떤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가요? ▷딸 : 가장 먼저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나이대인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고, 청소년이 아닐지라도 자신의 성장에 대한 아픔이나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아빠는 어떤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아빠 : 저는 청소년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과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직업상 그들과 자주 접해야 하는 각계각층의 직업군에서 읽어봤으면 해요. 그런 분들이 겉으로는 청소년을 많이 알고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가장 모르고 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도 변하고 청소년들의 생각도 그에 맞춰 변하고 개성화되어 가는데 너무 획일화, 규정화된 생각으로 청소년들을 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빠 : 아빠랑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딸 : 같이 도서관에 가도 각자의 시선으로 고른 책만 읽었는데 이렇게 같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면서 내 시선을 아빠와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처음에 아빠로부터 독서 대담 제의를 받았을 땐 걱정이 더욱 컸고 불안했지만 막상 해보니 쉽게 겪을 수 없는 재미있고 값진 경험이었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아빠의 생각들을 더욱 이해할 수 있었고 앞으로 더욱 존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빠는요? ▷아빠 : 무엇보다도 책, 그것도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시선과 감정을 드러내 보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가족이지만 하나의 일을 갖고도 다른 눈과 사고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기본 요건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책, 영화, 연극, 뮤지컬 또는 어떠한 주제를 갖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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