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은 전통과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장소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주민들이 살아가기에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6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정의현성을 품은 성읍민속마을이 올해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지 40주년을 맞는다. 조선시대 초기부터 서귀포시 동부권 행정의 중심지였던 정의현의 중심 마을인 이곳은 제주의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초가와 향토음식 등 400~500년 전의 제주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민속마을이다. 다만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점과 실제 생활이나 경제활동을 하는 데 따르는 제약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특히 강력한 제도에 대한 개선의 여지가 없어 주민들은 정든 마을을 떠나고 폐가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세 차례에 걸쳐 성읍민속마을이 처한 현안과 앞으로의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성읍민속마을 한봉일 고택. 백금탁기자 행정이 매입한 성읍민속마을 초가. 백금탁기자 ▶'사람이 사는' 국가문화재 지정 마을=전국에서 마을 전체가 민속마을로 지정된 곳은 성읍민속마을을 포함해 8곳이다. 사람들이 직접 거주하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성읍마을로서는 타지역의 관광자원으로만 활용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환경이다. 성읍민속마을은 1984년 6월 7일 중요민속자료 제188호로 지정됐다. 현재 성읍민속마을에는 지정 문화재 26개(민속 6, 무형 1, 천연기념물 1, 도 18)가 있다. 600년 역사를 간직한 정의현성, 천연기념물 느티나무와 팽나무군, 국가민속문화재 제주 초가 5가구·16동, 국가무형문화재 제주민요 등이 있다. 여기에 제주특별자치도 지정 유형문화재인 정의향교를 비롯해 돌하르방, 오메기술·고소리술, 초가장, 영장소리, 정의현 객사 전패 등도 즐비하다. 마을문화재로 정의현성과 근민헌도 있다. 또한 초가는 전체 235가구(934동)로 성내 77가구(260동)와 성밖(보존구역) 158가구(674동)가 있다. 초가외 변형 건축물도 71가구(371동)로 성내 9가구(37동)와 성 밖 62가구(334동) 등이 존재한다. 이처럼 성읍민속마을은 1910년까지 지난 500여 년 동안 서귀포시 중심부 동쪽인 옛 서귀읍, 남원읍, 표선면, 성산읍 일대를 관장하는 중심지로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특히 중산간 지역에 위치하면서 지리적 특성상 오랜 수령을 자랑하는 나무들과 행정시설, 전통 초가 등이 많아 전통 보전과 정주여건 개선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미진한 상태다. 성읍민속마을 현감행차 재현행사. 백금탁기자 ▶규제에 묶인 주민들의 '불편한 현실'=성읍민속마을은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 성주 한개마을, 영주 무섬마을, 영덕 괴시마을 등 타지역과 달리 제주만의 고유한 전통과 민속문화, 향토음식 등을 고루 갖춘 곳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고유성·차별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의 생활상의 불편과 각종 규제에 따른 사유재산 제약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지 40년이 지난 현실도 문화재보호법에 묶인 채 비좁고 불편한 초가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다. 이를 개선하고 경제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 확충 등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현상변경 절차를 밟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면서 사실상 주민들은 이를 포기하고 불법으로 시설을 증·개축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속마을로서의 원형 보전 또한 관광을 주업으로 하는 마을주민들의 실생활과는 불가분의 관계로 개발과 보전이라는 양립구조의 악순환 속에서 불편한 삶은 지속되고 있다. 불법 건축물 양산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주민들이 원하는 증·개축을 위한 현상변경 절차 간소화, 문화재지정구역 조정, 제주도가 매입한 고가(古家)의 보전 및 활용방안에 대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김철홍 성읍1리장은 "성 내에 초가 79가구 가운데 제주도가 44가구를 매입하고 복원했으나, 대부분 빈집으로 남아 혈세 낭비가 심각하다"며 "주민들이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현상변경 절차 완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김철홍 성읍1리장 "전통문화 보전·주민불편 해소 조화 관건" 규제 완화 최우선… 예산 부족 축제 개최도 막막 김철홍 성읍1리장 김철홍 성읍1리장의 말이다. 그는 "민속마을로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항은 축제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실생활이나 경제활동을 하는데 제약을 다소 완화할 수 있는 규제 개선이 최우선"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 문화재청이 갖고 있는 현상변경 허가 권한을 제주도로 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상변경 허가 대상구역인 현성 내부에 사는 주민들이 비록 초가에 살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실생활에 필요한 화장실, 샤워실, 보일러실 등을 시설할 수 있는 법 완화를 통한 주거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특히 "현재 성 내에 있는 초가의 경우, 13~15평(43~50㎡) 규모로 비좁은 데다 그 터에 집이 자리 잡은 지 400~500년이 흘렀는데 전혀 주거환경은 바뀌지 않은 채 모든 게 규제에 걸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이러한 곳에서 주민들이 제대로 살려면 국가나 행정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사는 민속마을이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정든 곳을 버리고 떠나야 하고…. 지금의 행정에서 하는 규제로써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가 없다. 나중에 폐가만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불편한 환경에서 누가 살겠는가. 사람이 모두 떠나고 누가 성읍마을을 지키겠냐"고 반문했다. 김 이장은 올해 축제 개최도 어렵다는 견해다. 그는 "행정이나 문화재청에서라도 좀 더 지원해서 축제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축제를 준비하는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예산은 6000만원으로 지난해 정의현성 이설 600주년 기념행사로 3억원을 지원받은 것에 비교하면 예산이 크게 삭감돼 어떻게 축제를 열어야 할 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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