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도로 이주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붙일 수도 없고 붙이지도 못하는 편지, 가슴 속으로 당선 소감만 하염없이 써 내려간 세월이었습니다. 간간이 손에 들어올 것 같던 대어(大魚)가 허무하게 빠져나갈 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으며, 재능 없으니 일찌감치 포기하라는 비아냥을 접했을 땐 돌아서서 눈물짓기도 했습니다. 매년 우울한 연말을 딛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치유의 기운을 품은 신비로운 풍광 덕분이었습니다. 게다가 경이로운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삭막하고 살벌한 자본의 논리에서 조금은 동떨어져 사는 이웃들. 훈훈한 삶의 풍경은 얼어붙은 내 마음을 녹여주었으며, 잠자는 내 상상력을 깨워주었습니다. 어느새 나는, 이곳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보다 훨씬 더 이곳을 흠모하게 되었습니다. 영광의 길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몸은 낮추고 눈은 가늘게 뜨면서 새로운 길을 차분하게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더불어 내 삶이 더욱 충만해지리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묵묵히 내 작품을 정독해 준 대진, 진원, 정진, 찬승 형. 나에게 이토록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만 합니다. 이순원 선생님. 시나리오의 영토에서 문학의 영토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오랜만에 지면으로나마 감사 인사드립니다. 여태껏 딸 앞에서 폼만 잡았는데, 이젠 작가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서 행복할 따름입니다. ▷1966년 부산 출생 ▷동국대학교 의학과 졸업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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