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게 시는 불청객이었습니다. 어느 날 불쑥, 제 방문을 밀고 들어와 저를 울게도 하고 달래기도 했지요. 한 권, 두 권 시집이 늘어나고 책장에 시집이 가득해질 무렵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무례하기 짝이 없는 시는 제 방을 나갈 마음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시를 쓰는 일은 호락호락 하지 않아서, 얼마만큼 저를 드러내야 하는지, 무엇을 얼마나 숨겨야 하는지 가늠하기 힘들었습니다. 갈팡질팡하는 제 마음이 전해졌는지 올해는 '네 삶을 함께 보자'며 좋은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이제는 저를 조금 드러내어도 될까요. 이 무례한 시와 겨루어도 될까요. 깊은 슬픔을 길어 올리는 일이 미래의 고통일 수도 있겠으나 이 문을 열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누군가의 마음에 불쑥 찾아드는 무례한 시를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기쁜 소식과 함께 찾아든 아버지의 병환이 문 뒤에 있었을 줄 몰랐습니다. 아버지의 쾌유를 간절히 빕니다. 그리고 늘 저에게 용기를 주시는 지도교수님과 학과 교수님들, 어리석음을 지혜로 바꾸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난해는 제게 좋은 소식이 많았는데 모두 '덕분'입니다. 함께 삶을 습작하는 시반 식구들, 응원을 보내주시는 시시각각선생님,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많은 분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나의 키다리 아저씨와 소연, 준우, 고맙고 사랑합니다. 울타리 안에 따뜻한 바람이 일겠습니다. 오늘은 식탁가득 향기로운 냄새를 올리겠습니다. ▷1966년 경남 울주 출생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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