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한라일보] 올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오는 기분이다. 눈은 일순간 정신없이 돌아가던 세상을 정지시키는 것만 같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이 시끄러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덮어버리는 것을 보는 일은 여전히 경이롭다. 눈으로 보는 눈은 마치 마법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다. 하지만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이 감상은 보는 이가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눈 쌓인 길을 걷는 것은 채 몇십 분이 지나지 않아 고역이 되고 만다. 힘에 부쳐 걸음을 멈추는 순간 어떤 선택지도 없을 것 같던 그 고립감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인적이 드문 눈길만큼 무서운 곳은 없었고 탄성을 불러일으켰던 숨 죽인 자연의 자태는 어느새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공포의 형상으로 변해 있었다. 불과 몇 시간 동안 느낀 감정이다. 그런데 과연 인간이 안전망 없이 하루 이상 눈 속에서 있을 수 있을까? 숙소는커녕 식량과 방한용 외투마저 없는 채로? 절레절레 고개를 저을 일이다. 영화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의 원제는 '눈의 사회(Society of the snow)'다. 설원에서 인간은 과연 자신으로 생존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눈부신 공포로 둘러쌓인 고립된 사회에서 벌어진 비극과 움튼 기적의 이야기가 이 영화 속에 담겨 있다. 1972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은 갑작스러운 비행기 추락 사고로 고립무원의 안데스산맥에 갇힌 이들의 이야기다. 45명의 탑승자 가운데 16명의 생존자가 무려 72일 만에 구조된다. 녹지 않는 눈 속에서 얼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서로를 보듬는 이들의 절박한 매일이 설경의 장관과 함께 펼쳐진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을 통해서 그 험난한 풍경화와 촘촘한 인물화를 또 한 번 훌륭하게 선보인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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