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코로나에 고물가·고금리와 사투를 벌이고, 이후 심각한 경기침체에도 포기하지 않고 기업을 일궈보려는 중소·영세 기업인들의 생존은 1월 27일부터 시행된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으로 더 힘들게 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과 행정제재, 손해액의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4중 처벌을 부과할 수 있어 중소기업의 우려가 매우 크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미만 사업장 89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80%가 중대재해처벌법 준비를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년여 동안 수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 국회의 여야 지도부 방문, 정부 관계자 간담회 등 법 적용 유예를 위해 노력해왔고, 지난달 23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각각 예방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유예를 촉구했지만 본 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중대재해 사고는 기본적으로 사업주가 고의로 일으킨 것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함에도, 1년 이상 징역을 부과하는 것은 다른 국내법이나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엄격하다. 이렇게 많은 중소기업들이 준비하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의무내용이 광범위하고 불명확해 현장에선 법령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려면 직원 20~49명 규모 중소기업은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최소 1명 이상 둬야 한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안전 전문가를 채용하려 해도 인건비를 추가 부담하는 게 쉽지 않고,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안전 전문가를 대거 흡수하면서 중소기업은 안전 전문가 구인난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외부 컨설팅조차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더 큰 문제는 제주도의 경우 대부분의 사업장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서 법 적용 대상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이대로 준비가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처벌이 집중되면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보다 폐업과 근로자 실직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매우 크다. 안전을 위한 합리적인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고 기업에 대해서만 엄벌주의를 외치는 규제는 효과는 없이 기업 부담만 확대할 우려가 크다. 정부와 국회는 산재예방 지원예산을 대폭 확대해 사업주 처벌보다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에 나서야 하며,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여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더 줘야 한다. <성상훈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중소기업회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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