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 앞 '비상진료 체계 운영 중' 안내판.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제주지역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 이탈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의료 공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당장 다음달부터 도내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기로 예정된 예비 전공의들이 임용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6개 수련병원 중 전공의 이탈이 가장 많은 곳은 제주대학교병원이다. 21일 기준 집단 휴진한 도내 전공의 107명 중 65%인 70명(파견의 18명 포함)이 제주대병원에 배치된 의사들이다. 한꺼번에 70명이 빠져나가며 제주대병원 근무 의사 수는 191명으로 30% 가량 줄었다. 191명 중 25명(파견의 2명 포함)은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고 병원을 지킨 전공의들이다. 나머지 166명은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전임의이거나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하는 교수들이다. 응급실 의사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제주대병원에 따르면 당초 응급실에선 전문의 1명과 전공의 3명(인턴 2명, 레지던트 1명) 등 의사 4명이 1개조를 꾸려 일일 3교대로 근무했었다. 그러나 집단 휴진이 시작한 지난 20일부터는 전문의 2명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병원 측은 의사 인력이 부족하자 응급실을 비상 진료 체계로 전환해 중증·응급 환자 위주로 축소 운영 중이다. 또 22일부터는 12개 수술방 중 8개만 가동할 예정이다. 전공의들이 주로 해오던 야간 당직 근무 빈자리도 교수와 전임의들이 채우고 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야간 당직은 응급실 뿐만 아니라 입원 환자가 있는 16개 병동과 환자 상태가 위중한 신생아·내과·외과계 집중 치료실에서도 이뤄진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처음부터 전공의가 배정되지 않는 진료과목을 제외하면 야간 당직은 주로 전공의들이 해왔다"며 "그러나 전공의가 대거 이탈해 교수들도 당직을 서야하는 상황이고,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그 주기가 짧아져 근무 피로도가 누적될 뿐만 아니라 수술, 외래 진료 일정에도 줄줄이 차질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의료진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 상태가 지속하면 수술과 진료 일정을 더 축소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1주일 뒤에는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나마 병원을 지킨 전공의 20여명 대다수는 레지던트 4년차로 이달 말 계약이 종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전공의 과정을 마친 이들이 전임의에 지원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빈 자리를 새로 선발한 인턴들로 채우려 했다. 인턴은 전공을 선택하기 전 병원에서 1년간 수련을 받는 의사를 말한다. 근무 숙련도면에서 레지던트 4년차와 비교할 순 없지만 필수 진료 과목을 중심으로 갈수록 전공의 지원자가 줄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은 병원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제주대병원에서 다음달 1일부터 일하기로 예정된 인턴 22명 중 7명이 지난 20일 임용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 병원 측은 이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반대 의사 표시로 전공의 길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했다. 나머지 15명도 아직 정식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언제 임용을 포기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전임의들까지 이탈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걱정이라고 병원 측은 밝혔다. 또다른 병원 관계자는 "예비 인턴들이 임용을 포기하는 마당에 전임의까지 이탈 대열에 합류하면0 그땐 정말 답이 없다"며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말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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