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한라산의 정기를 받은 지맥 모양이 완만하고 천천히 바다로 흘러내리고 있어서 그 지형 모습이 편안하게 사람이 누워있는 형상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누울 臥에 산 높을 屹자를 써서 와흘리라고 한다. 옛날에는 눌흘이라고 불렀으나 세월이 흐르다 보니 눌흘이 논흘로 발음이 바뀌어 부르게 되고, 노늘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1918년 이후, 한문 표기로 와흘리라고 부르게 되었다. 설촌의 유래는 고려 충정왕 때 정승을 지냈다는 김해 김씨 김만회가 이씨 조선이 개국하자 불사이군의 뜻을 굽히지 않아 제주로 귀양 오게 되었다. 그분의 9대손이 지금부터 350년 전 이곳 와흘리 팽나무 있는 곳에 이르러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고 정착하게 된 것이 설촌의 배경이다. 마을 지명 중에 '불칸터'라는 곳에 먼저 살다가 큰불로 인하여 온 마을이 폐동됐다. 그래서 지금의 넓은 못 지역으로 이주하여 지금의 마을이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4·3으로 마을 전체가 불탔다가 1954년 재건되어 현재의 모습에 이른다. 본동, 상동, 고평동, 초평동, 전원동으로 구분되는 5개의 자연마을이 모여 와흘리를 이루고 있다. 500년 세월을 살아온 팽나무 아래 모셔진 굿당. 와흘리는 먼저 이 정신적 공동체에서 시작한다. 조상 대대로 마을 결속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온 곳이기에 그러하다. 주민들의 삶을 관장하는 믿음은 절대적인 권위에 가까웠으리라. 이 당은 '와흘 한거리 하로산당' 또는 '노늘당'이라고 한다. 당에 좌정하고 있는 신은 송당 소로소천국의 열세 번째 아들인 산신또로 사냥을 하는 산신이기 때문에 당굿을 할 때는 산신놀이를 하는 특징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료 제9-3호로 지정돼 있다. 자연마을 5곳 주민들이 음력 1월 14일 마을 본향당신에게 세배를 올리는 '신과세제'를 올리는 것은 독특한 문화이며 정체성이다. 이러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지역역량 강화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강익상 이장 그동안 마을공동체 사업들을 줄기차게 진행하면서 역대 이장 및 임원들이 발전 목표로 공감대를 이어온 키워드는 '품은 마을'이다. 천지인사상(天地人思想)에서 차용하여 구체화된 '하늘을 품은 마을' '땅을 품은 마을' '사람을 품은 마을' 이 셋을 품으면 모두를 품게 된다는 신념이다. 포용력보다 강한 힘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다는 확신으로 뭉쳐서 결속하는 정신적 무장이 참으로 거룩하다. 여기에는 어떠한 배타성도 들어설 여지가 없다. 개방적 마인드로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는 자세와 의지를 보유하고 있으니 와흘리의 미래는 이미 밝게 빛난다. 먼남마루 드넓은 메밀축제 공간에 미래지향적인 꿈을 펼치고 있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마을 결속력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조상들이 이어온 와흘본향당 정신자산을 가지고 탐라의 신들을 모두 모셔서 '탐라신화의 고향'이라는 공원을 이룩하고자 하는 원대한 포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으니 10년 이내에 강산이 바뀔 정도의 꿈이 실현될 것이다. <시각예술가> 와흘 넓은 못 <연필소묘 79cm×35cm> 연필소묘로 와트만지에 물을 표현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많다. 가장 중요한 요소가 미세한 바람에 찰랑이는 물 표면의 느낌을 묘사할 수 있다는 장점. 채색을 하지 않아서 더 많은 색채적 유추를 가능하게 한다. 쾌청하게 맑은 날에도, 이슬비 내리는 날에도 변함이 없는 그 무엇을 공통분모로 만들어 그리는 행위가 단색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의 나무들과 함께 어우러진 집들이며 돌담들은 연못과 정자, 그리고 건너가는 다리가 주는 강렬함에 밀려나 있으나, 그 형상들 또한 배경에서 코러스 합창단이 되어 이 소박한 연못을 품격 있게 하고 있다. 물이 주는 공간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였다. 흐르지 않는 물이로되 그 맑은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그만큼 와흘이 청정지역이라서. 깊은 여운이 솟아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주민들 또한 후손들을 위하여 저 못에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 한라산과 먼남마루의 일몰 <수채화 79cm×35cm>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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