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면 내가 갈게. 아니야. 중간쯤에서. 그래. 중간쯤에서. 그런 곳에서 만나 와인 마시고 놀았다 산책도 하고 손도 잡았다 다시 중간쯤에서 각자의 장소로 돌아가는데 플랫폼에 길게 서 있는 걸 보았지 지하철 칸에 실려 빠르게 이동되는 날 보며 웃고 있었지 멀어도 소용이 없고 가까워도 없고 너는 오고 항상 오고 삽화=써머 중간쯤, 그런 곳. 중간이란 얼마나 날갯짓하기 어려운 곳인가. 극한까지 가지 않고, 잠깐이라도 극한을 살지 않고 중간에서 멈출 수 있을까. 중간은 각자의 장소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지만 중간이 오는 줄도 중간이 가는 줄도 모르기 좋은 곳. 중간쯤에서 너와 나의 거리는 두 토막, 두 조각을 만들고 두 조각은 매번 무릎뼈나 팔꿈치 관절을 맞추어야 한다. 반쯤 오고 반쯤 가는 전철은 바라볼수록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너는 내 시선 속에서만 되돌아오리. 중간쯤은 지는 석양처럼 사랑스럽고 호드기 소리처럼 아픈 자리. 멀어도 오고 항상 올 수 있는 각자의 신비스러운 곳. 여기에 새로운 서막이라는 말이 꼭 성립돼야 하는가. <시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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