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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남아도 읍면학생은 못 타는 제주 통학버스
제주도교육청 올해부터 통학 전세버스 임차비 지원
읍면지역 학교 버스, 동지역 학생만 무상 이용 가능
"운행주관 변경돼 승차 불가 통보" 속터지는 학부모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4. 03.05. 17:10:01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습니다. 한라일보DB

[한라일보] 제주도교육청이 올해부터 통학 전세버스를 운행하는 도내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전세버스 임차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읍면지역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교육청이 읍면지역 학교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대상으로 동지역 학생들만 탑승 가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도내 일부 중·고등학교 통학의 통학 전세버스 운행이 사실상 위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도교육청은 통학 전세버스를 임차해 운영중인 학교에 대해 전세버스 계약을 학교장 명의로 변경하도록 하고 임차비를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방침에 따라 학생들은 통학버스 무상 이용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무상지원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기존에 통학버스를 이용하던 학생들도 이용이 불가능해지면서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5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한림고, 세화고, 성산고 등 읍면지역에 위치한 학교의 통학버스 이용은 동지역 학생들만 가능하다. 읍면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무상이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지역 학생들은 통학버스가 지나가는 노선에 거주하고 있어도 등하교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하며, 이용을 원하는 이는 동지역까지 나와서 탑승해야 한다.

읍면지역의 경우 학교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많지 않아, 적으면 1번 많으면 2~3번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노선에 따라 돌아서 가는 경우도 많아 등하교시 소요되는 시간은 통학버스를 이용할 때 보다 2배가량 늘어난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읍면리 교통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엄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까지 중엄에서 아이 통학버스가 승하차를 했었기에 당연히 올해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 이용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지난달 중순쯤 갑자기 학교에서 운행주관이 변경돼 읍면지역에서는 통학버스 승차가 불가하다는 연락이 왔다. 도교육청과 학교 측에 문의해 봤지만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리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남는 상황에서 거주지를 이유로 승차불가라니 지역 차별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항의를 계속 하니 외도동까지 나와서 통학버스를 이용하라고 했다. 결국 집에서 외도동까지 6㎞나 되는 길을 역방향으로 가서 버스를 탑승하고 있다. 요즘처럼 효율을 강조하는 시대에 이게 무슨 비효율적인 일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시내버스가 거의 다니지 않는 수산리 물메마을 같은 경우는 해당 학교 통학버스가 지나가는 노선인 애조로까지 나오는 경우 이용 가능하게 하고 있다"며 "읍면지역 학교 살리기 차원에서 동지역에서 읍면지역 학교를 다니는 경우에만 이용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 동지역 학생들 중에서도 버스 이용이 수월한 제주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는 승하차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교통이 매해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은 이용하게 함으로써 대중교통 활성화까지 맞물려서 생각한 결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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