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4년 차 간호사인 김숙현 씨는 제주혈액원 소속으로 근무하며 많은 이들의 생명 나눔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신비비안나 기자 제주도, 지난해 전국 유일하게 헌혈 목표 달성 "혈액, 인공 생산 안 돼… 우리가 손 내밀어야" [한라일보] 3년 전 봄, 그날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2021년 4월, 제주도내 한 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AB형 혈액을 급히 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제주혈액원 1층에 있는 헌혈의집 도남센터에도 물밀듯 발길이 이어졌다. 당시 그곳에서 일했던 김숙현(44) 씨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는 장면이다. "AB형은 인구 대비 가장 적은 혈액형이에요. 소식을 들은 많은 분들이 자신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찾아오셨어요. 혈액형이 다르지만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분도 많았고요. (헌혈의집) 대기 공간이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어요. 같은 도민으로서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제주는 지난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헌혈 목표를 넘어섰다. 대한적십자사 제주도혈액원이 헌혈 목표로 삼은 4만6840명을 웃도는 4만7108명이 헌혈에 참여했다. 숙현 씨는 이들의 생명 나눔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는 제주혈액원 소속 간호사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이 심했던 당시 서울과 같은 수도권에선 채혈 양이 굉장히 많이 떨어졌었다"면서 "그때에도 제주는 꾸준히 헌혈에 참여해 주는 분들이 있어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명 기증, 안전 최우선" 숙현 씨는 헌혈버스를 타는 것으로 간호사 일을 시작했다. 2001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그해에 제주혈액원에 들어왔다. 헌혈버스와 헌혈의집을 오가며 근무해 온 그는 올해로 24년 차 간호사다. 근무지의 특성상 그의 주된 일은 '채혈'이다. 누군가 혈액을 기증해 또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함께하고 있다. 목적이 뚜렷한 만큼 업무가 단순할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숙현 씨는 "단순히 채혈만 하는 게 아니라 그와 같이 가는 절차들이 굉장히 복잡하다"고 말했다. 간호사이자 헌혈자인 김숙현 간호사. 사진=강희만기자 "가장 중요한 건 헌혈자와 수혈자의 안전이에요. 지금도 이걸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사전검사와 문진판정 기준의 적합 여부에 따라 헌혈이 가능한 것도 안전을 위해서고요. 헌혈자는 물론 수혈자의 안전을 위한 법도 점점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시로 받는 교육이 굉장히 많습니다.(웃음)" 헌혈로 기증된 혈액은 필요한 환자에게 빠르게 공급될 수 있도록 때마다 수거가 이뤄진다. 숙현 씨가 현재 근무 중인 헌혈의집 신제주센터에서도 하루 세 번, 이 작업이 진행된다. 헌혈의집에서 제주혈액원으로 보내진 혈액은 수혈 전 검사를 거쳐 필요한 이들에게 공급된다. 김숙현 간호사가 헌혈 앱 '레드커넥트'에 기록된 자신의 헌혈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신비비안나 기자 근무 기간이 쌓일수록 숙현 씨에게는 반가운 얼굴이 늘어난다. 주기적으로 꾸준히 헌혈을 하러 찾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는 때마침 헌혈 에스코트 봉사자로 센터에 있던 도내 최다 헌혈자, 진성협 씨를 가리키며 "제가 입사를 했을 때부터 만났던 분"이라며 웃었다. "헌혈이 가능한 나이가 70세 생일 바로 전날까지예요. 제가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헌혈을 했던 분들이 마지막 헌혈이라고 오실 때는 괜히 뿌듯하면서도 섭섭한 기분이 들어요. 그런 분들은 더 이상 헌혈을 못 해도 지나가다 한 번씩 들려주시곤 하세요. 그러면 정말 반갑고 그렇습니다." 간호사인 숙현 씨는 헌혈자이기도 하다. 지난달까지 124회의 헌혈을 했다. 그런 그가 말하는 헌혈의 의미는 단순명료하다. "아직까진 인공적으로 혈액을 만들 수 없다"는 거다. "누군가 헌혈을 하지 않으면 수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병원에 있는 환자를 위해서, 혈액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서 우리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헌혈의집은 주말에도 열려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찾아주세요." 취재·글=김지은기자, 영상 촬영·편집=신비비안나기자 수많은 삶은 오늘도 흐릅니다. 특별한 것 없어도 하나하나가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가 모여 비로소 '우리'가 됩니다. '당신삶'은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삶을 마주하는 인터뷰 코너입니다.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문을 열어 주세요. (담당자 이메일 jieun@ihalla.com)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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