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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라도 적응? 아이 속도 맞춰주세요" [가치육아]
[가치육아 - 이럴 땐]
(30) 영유아의 새학기 적응
어릴수록 환경변화 적응 어려워
아이마다의 시기적 차이 인정을
"새학기 출발 응원과 지지 중요"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24. 03.07. 15:01:40

아이들은 이미 환경에 맞춰 적응하도록 준비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언제나처럼, 새학기에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라일보] 봄에 들어선 3월입니다. 아직 추위는 풀리지 않았어도 달이 바뀌니 계절의 변화가 크게 다가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이맘때는 아이들에게도 변화가 큰 시기입니다.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올라가는 영유아의 새로운 출발을 어떻게 하면 잘 도울 수 있을까요.

|"아이를 믿고 지켜봐 주세요"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변화를 맞이합니다. 환경의 변화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유치원, 초등학교에 올라가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그때마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무사히 다닐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부모에게는 자연스러운 고민이지만, 사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들은 이미 환경에 맞춰 적응하도록 준비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엄마 뱃속에 있다가 세상에 나오는 것을 받아들인 아이는 모든 변화에 적응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러한 전제를 두고 아이를 믿고 바라보면서 나아가면 됩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는 분명히 시기적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들마다 적응하는 속도도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0세에서 1세의 어린아이들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게 상대적으로 더 어렵습니다.

이는 말이 아니라 몸이 같이 적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만 아니라 냄새와 들리는 것, 촉감 등까지 적응이 필요합니다. 처음 어린이집에 갈 때 적응 기간을 갖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우리 아이만 적응 못한다?… "비교 안 돼요"

어린이집에서의 적응 기간은 보통 일주일로 계획됩니다. 그런데 일주일을 넘어, 한 달이 넘어도 심하게 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혼내거나 억지로 적응시키려 해선 안 됩니다. '다른 아이들은 잘 노는데, 왜 우리 아이만 적응을 못할까'라며 비교해서도 안 됩니다.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은 아이가 세밀하게, 모든 것을 감각적으로 느낀다는 겁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정말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보물 같은 아이입니다. 가정에서, 부모와의 애착 등에 문제가 없다면 적응 기간이 길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는 아이만의 고유한 특성이기에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 서서히 적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다니는 어린이집이 바뀌지 않더라도 새 학기에는 주변 환경에 여러 변화가 있습니다. 같은 어린이집이어도 담임 선생님은 물론 교실까지 바뀌는 게 일반적이지요. 이러한 변화가 아이들에게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교실이 바뀐 것을 모르고 예전 반으로 들어갔다가 화들짝 놀라거나 무안해하기도 하지요. '동생 반'이었다가 갑자기 '형님 반'이 되는 데에도 아이들에 따라 적응이 필요합니다.

이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응원과 지지입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교실은 잘 찾아갈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서 어떤지도 물어보고요. 어떤 비교가 아니라, 아이가 편안한지 세심히 살피는 겁니다.

새학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응원과 지지입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학교 입학 전 훈련? "기대 심어주세요"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올라가는 것은 더 큰 변화로 다가옵니다. 그런 만큼 학교에 잘 적응하기 위해선 일종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몸을 바르게 하고 앉아라', '가방을 잘 챙겨라', '화장실은 참았다가 쉬는 시간에 가라'처럼 말로 가르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것 역시 발달적으로, 아이들의 몸은 이미 적응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일찍 준비를 시키는 것은 아이에게 부담을 줍니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특히 저학년 때늦은 생의 아이들은 개월 수에 따라 발달의 큰 차이를 보입니다. 아이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사용할 물건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끌고 나가기보다 아이를 참여시키는 게 좋습니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초등학교는 선택과 책임이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연필 하나를 고를 때도, 어떤 것을 사용할지 얘기해 보고 같이 가서 골라보는 겁니다.

마음의 준비도 필요합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연습도 하고, 학교 운동장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공을 하나 가지고 가서 뛰어놀아보기도 하고요. 동네를 걸을 때처럼 부모와 손을 잡고 자세히 둘러보며 아이가 느끼도록 하는 겁니다.

운동장은 아이에게 크고 시원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학교에 가면 이곳에서 마음껏 놀 수 있어"와 같은 말은 아이에게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도 심어줍니다. 학교가 즐겁고 재밌는 곳이라는 경험을 먼저 주고 난 뒤에 '그럼 교실에선 또 어떤 걸 할까'라며 얘기해 보세요. "학교에 가면 공부해야 해",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해"라는 말보다 이런 말과 경험이 우선되면 공부도 무조건 어려운 게 아니라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천천히 자라도 괜찮다', '웃으며 지내라'라고 마음을 다져 보면 어떨까요. 상담=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 취재·글=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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