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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현의 편집국 25시]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4. 03.14. 00:00:00
[한라일보] 아버지는 심장판막 질병을 앓고 있다. 당시 의사는 당연하게 아버지에게 수술을 권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혹시나 내가 잘못되면 남은 가족은 어쩌지'하는 고민에 수술을 거절했다. 다행히 긴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 약물치료로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 후로 아버지는 대학병원 단골손님이 됐다. 한 달에 한 번은 기본이고 상태가 안 좋아질 때마다 수시로 병원을 방문해 심장초음파를 해야 한다. 마치 아버지의 심장이 시한폭탄인 듯 가쁜 숨을 몰아쉴 때마다 초조했다.

'전공의 파업' 예고 소식을 들었을 때, '과연 가능할까' 생각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업은 시작됐고 전공의들은 예고대로 병원을 떠났다. 의료공백이 현실화됐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가족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졌다.

정부와 의료계 종사자, 국민 모두가 이번 사태에 대해 한 마디씩 얹었다. 정부는 '파업에 물러서지 않겠다'며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법적 제재까지 가하고 있고, 전공의들은 정부에게 끝까지 맞대응하겠다고 나섰다. 갈수록 얽히고설키는 이해관계 속에서 누가 옳은 것인지 분별하기는 점점 쉽지 않아진다.

문제는 정부와 의사 간 고래 싸움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작은 새우들이라는 것이다. 남아있는 병원 인력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환자들은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김채현 행정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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