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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60)햇빛-민구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4. 03.26. 00:00:00
바다에

빠지는 꿈



바다에

빠지는 꿈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파도 같은 꿈



꿈이 물속으로 나를 떠밀어

수심이 깊어질 때면



쌍무지개 휘어지도록

붙잡아주는 이가 있었다

삽화=배수연



쌍무지개 휘어지도록 나를 붙잡아준 모션은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고, 쌍무지개 휘어지도록 나를 붙잡아준 것만으로 충분치 않았던 건 이해해 주겠지. 세상과 손발이 맞지 않았다는 듯 허리는 바다에 빠지고, 허리를 쓰던 진심과 열심마저 바닷속으로 떠밀치지만.

청춘은 가고. 하나의 덩어리를 던져주고 그걸 받다가 바스라진 내 생의 한 줌 찌꺼기까지, 겨우 거기 피운 가시투성이 들장미까지 다 던져 넣으라는 게 꿈 아닌가. 파도 속에.

꿈을 놓친 사람들이 어떻게 하여 꿈을 안고 바다 한가운데서 계속 살 수 있을까? 꿈 안내서나 꿈 사용법은 세상에 많지만, 꿈이 지나가도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두렵고 항상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마련인 꿈 외에 다른 무엇을 원하기도 어렵다. 우리여. 무너지는 꿈의 허리를 서로 붙잡고 있다는 소식이 어딘가로 전해지기를 바라며 우리는 살아가는 것일까. 다음 날처럼 그다음 날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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