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이자 네덜란드 현지 대학 교수인 곽윤주 씨가 지난 20일 열린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영등굿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한라일보] "원래는 3월 28일에 (제주를) 떠날 예정이었는데, 그 일정을 4월로 변경했어요. 그런데 이러다 제주에 눌러앉을 것 같습니다." 지난 23일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영등송별제'에서 만난 곽윤주(47) 씨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발을 붙잡은 것은 제주의 굿 문화였다. 미술가이자 네덜란드 윌렘 드 쿠닝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윤주 씨는 학교 수업 일정까지 조정하며 제주에 남고 있다. "딱 이 시즌이 아니면 못 볼" 제주의 굿을 담기 위해서다. 이달 초부터 제주를 누비며 '영등굿', '본향당굿' 등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 그는 "4월에 구좌읍에서 열리는 잠수굿(해녀굿)까지 본 뒤에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2009년 네덜란드로 이주한 윤주 씨는 4년 전부터 해마다 제주를 찾고 있다. 그의 첫 관심사는 '제주의 돌'이었다. 제주 '돌챙이'(석공)를 따라다니며 돌 쌓는 일을 배울 정도로 열성이었다. "지구상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 가장 오래된 것이 '돌'이라고 생각한다"는 윤주 씨는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계속 있을 돌을 건축학, 역사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보려 매해 자료 조사를 해 왔다"고 말했다. 돌에서 시작한 그의 관심은 제주의 역사, 문화로 넓어졌다. 윤주 씨는 "돌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하다 보니 제주4·3에 대해 알게 됐고, 작년에는 영등송별제를 처음 보게 됐다"며 "그러면서 제주굿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지난 21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본향당굿을 찾은 곽윤주 씨. 윤주 씨가 짧은 기간에 굿에 대한 관심을 키운 데에는 유년 시절의 경험이 자리한다. "어렸을 때 집에서 굿이 열리는 걸 많이 봤다"는 윤주 씨에게 굿은 친숙한 존재였다. 하지만 "주위 친구나 서양 문화에서 굿을 그저 무속 신앙으로 간주하는 것을 보며 괴리감을 느꼈다"고 그가 말했다. 그래서 제주의 굿 문화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도 등재돼 있습니다. 제대로 제도권에 진입한 대표적인 제주의 굿이지요. 이번 방문에선 작은 규모의 굿도 많이 봤는데, 이를 제주도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얘기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계속해서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하려는 게 진심으로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제주사람에게 삶의 한 부분인 굿을 어떻게 하면 미신 그 이상의 어떤 것이라고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윤주 씨는 작품 활동으로 풀어내려 한다. 그가 카메라로 기록한 제주굿의 모습에 '예술'을 입혀볼 참이다. 오는 6월 독일 베를린에서 여는 개인전에서 제주굿을 알리고 싶다는 목표도 품고 있다. "유럽에서 자연은 정복하고 지배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제주사람들에겐 무서워하고, 숭배해야 하고, 경외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제주에 와서 해녀굿을 하는 배를 둘러봤는데, 해녀들이 실제로 타는 배 안에 나무 상자처럼 만든 '당'(堂)이 있는 게 제겐 굉장히 아름다웠습니다. 이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에서도 정말 간절히 바란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전이 열리기 전까지 열심히 작업해서 꼭 제주굿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지난 23일 '영등송별제'가 진행된 제주시 사라봉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전수관에서 만난 곽윤주 씨.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다음채널홈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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