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맘때만 해도 장밋빛 전망이 흘러나왔다. 서귀포시는 노인 인구가 많은 서부지역 만성 질환자들을 위해 그곳을 고혈압·당뇨 관리 의료기관으로 지정하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는 지역주민이 원하는 사업에 대해 전국 최초 모델을 개발하고 조례를 제정하는 등 도전적인 시도가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대정읍 상모리에 준공된 '서귀포시 365 민관협력의원'이다. 1년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 건물은 지어졌지만 그 안을 채우지 못하면서 민관협력의원 유치 사업에 잿빛 그늘이 드리워졌다. 서귀포시에서 지난해 2~3월 입찰 공고에 나섰지만 참여하는 의사들이 없었고 조건을 완화한 끝에 네 번째 공모에서 낙찰이 이루어졌다. 이때 서귀포시는 그해 10월에 국내 첫 민관협력의원이 개원하게 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계약자 사정으로 개원이 자꾸만 미뤄지더니 올 2월 해당 의사가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 끝내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귀포시는 또다시 사용 조건을 완화해 지난달 21일 다섯 번째 공고를 냈다. 서귀포시 민관협력의원은 지자체에서 건물과 의료 장비를 지원하고 민간 의사가 시설 사용료, 물품 대부료를 납부해 꾸리는 의료기관이다. 의료 취약지에서 병원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며 추진됐다. 부지 매입, 의원·약국 건물 신축, 장비 구입 등 지금까지 이 사업에 들인 비용은 47억 원이 넘는다. 야간·휴일 진료 조건으로 임대, 운영하는 것이 핵심인데 의사 모집이 어려운 탓인지 갈수록 취지가 바래고 있다. 최근의 사용 허가 조건을 보자. 처음에는 1년 365일 오후 10시까지 불을 켜는 의원을 만들겠다는 조건을 달고 공모를 벌였으나 결국엔 진료 시간을 평일 오후 8시, 주말·공휴일 오후 6시까지로 앞당겼고 평일에 한해 주중 1일은 휴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마저 개원 후 6개월은 유예할 수 있다. 건강검진기관 지정도 개원 후 1년간 유예가 가능하다고 했다. 민관협력의원 다섯 번째 공모 입찰서 접수 기간은 오는 8일까지다. 이 사업을 맡은 서귀포보건소 측은 "공고 후 현장을 둘러본 의사들이 있었다"며 기대감을 비쳤다. 한편으론 잠시 숨을 고르고 이런 되물음도 필요해 보인다. '일단 개원'만 하면 문제가 사라지는 걸까. 일각에선 '365 민관협력의원'은 애초 불가능한 설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2~3명 이상의 진료팀을 구성해 운영하도록 했으나 몇 차례 공고에도 응찰자가 없자 대표 의사 1명으로 문을 열 수 있도록 변경한 것부터 그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대정·안덕지역이 무의촌은 아니지 않나. 행정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니까 허가 조건을 낮추고 또 낮추는 것이다. '365 민관협력의원'이라는 브랜드 네이밍을 했지만 365일도, 민관 협력도 담보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며 농어촌 주민들의 보유 질병을 고려했을 때 민관협력의원 건물을 활용해 제주의 공공 병원과 협력 방안을 고민하는 게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진선희 제2사회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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