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높고 큰 마을이다. 옛 이름은 '도리'라고 했다. 다리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지만 마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다리가 된다. 섬 제주에서 13개 마을에 에워싸여 있는 마을은 유일하게 교래리 뿐이다. 그 많은 마을들의 입장에서 다른 마을로 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다리와 같은 존재라고 하는 것이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를 나타내는 지리적 위상과 부합하는 것이다. 조천읍 12개 마을 중에 한라산과 맞닿아 있는 중산간지역으로 조천읍 면적의 1/3에 해당하는 크기다. 이 섬에서 가장 긴 천미천의 발원지가 여기다. 한라산 동쪽으로 내려온 물길이 남쪽으로 우회전 하여 성산과 표선 사이 하천리와 신천리 사이를 통하여 태평양으로 나간다. 교래(橋來)라는 명칭이 탐라순력도(1702) 교래대렵(橋來大獵)이라고 하는 그림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예로부터 중요성을 지닌 마을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조선왕조 관영목장 10소장 중에 한라산 동쪽 해발 고도가 더 높은 지역에 산마장을 설치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목축성과를 내지 못하는 시기에 경작을 원하는 백성들의 탄원을 받아들여 화전을 허락했다. 산마장을 마장세 징수 차원에서 침장, 상장, 녹산장으로 구분했다. 구체적으로 지도를 그려서 경작을 허용하는 지역과 금지하는 지역으로 나눈 것. 교래리는 그 중에서 '침장'이 있던 곳과 대부분의 마을 영역이 겹친다. 목자와 화전민들의 마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오름들의 흐름을 따라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가며 바라보면 해발 1400m에 육박하는 흙붉은오름과 돌오름에서부터 어후오름, 넙거리오름, 샛궤팬이오름, 궤팬이오름, 물찻오름, 말찻오름, 지그리오름, 족은방애오름, 바농오름, 돔배오름, 족은방애오름, 산굼부리, 까끄레기오름 등이 있다. 다른마을과 경계를 이루는 오름들까지 포함해서 이렇다. 이 오름들이 생성시킨 광활한 생태자원을 기반으로 마을발전의 비전을 '치유와 건강'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합리적 판단이다. 이러한 포부가 현실이 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마을 곳곳에 백만 원군처럼 포진하고 있다. 분화구 관광지로 유명한 산굼부리, 교래자연휴양림, 돌문화공원, 에코랜드 및 삼다수공장 등이 자리하고 있느며 잠재적 역사문화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잣담 및 잣성, 천미여신 등이 있다. 나봉길 이장 다양한 마을사업 추진 중에서 오랜 세월 숙원사업으로 내려오는 것은 마을회관 동쪽에 위치한 교육청 소속 부지를 활용하여 교래초등학교 학생의 학교활성화 차원에서 젊은 부부들을 위한 주거시설을 짓는 것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현실화 가능성이 엿보이는 5545㎡의 땅. 마을 규모와 위상에 비하여 정주여건은 열악한 현실에서 돌파구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면적이다.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감동적인 사실이 있었다. 1962년 조천초등학교에서 교래리 주민들을 위하여 분교를 설립하고자 하여도 부지 마련이 어려워 답보상태에 있을 때, 평생 이 마을에서 농사를 지어오던 농민 '산음 고성춘'이라는 분이 자신이 소유한 땅을 학교부지로 흔쾌히 희사하여 학교를 설립 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외지에 나가서 큰돈을 벌어 고향에 괘척하는 일이 보편적인 일이거니와 삶의 원천인 땅을 교육이라는 사람농사에 쓰라고 내놓은 것은 참으로 놀라운 감동이다. 그 땅이 더 큰 쓰임새를 향한 몸부림을 하고 있었다. <시각예술가> 아침햇살 받은 도리본향당 <연필소묘 79cm×35cm>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수채화 79cm×35cm>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다음채널홈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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